사노라면...
맛, 소리, 색깔로 계절을 느낀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동네 공원의 나무들도 울긋불긋 옷을 갈아 입어 바라만 보아도 눈이 즐겁다.
느티나무의 단풍
버즘나무(플라타너스)의 단풍
가을에는 뭐니뭐니 해도 '밤'.
어린 시절에는 밤이 귀해서 한 계절에 한 번 이상 먹기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원하면 밤을 여러번 먹고 가을을 날 수도 있어 좋다.
밤을 쪘다. 이번에 구입한 밤은 정말 속이 노랗고 달콤하고 고소하다.
밤을 먹고 있으니, 열어둔 창 밖으로 소란스러운 음악과 소리가 들린다.
오늘이 마침 동네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아파트 옆 초등학교에서 동네사람들의 가을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난 어릴 때 운동회가 즐겁지 않아서였는지 운동회는 좋아하지 않는다.
운동회때마다 마스게임이다 응원이다 달리기다 해서 하는 것들이 모두 재미도 없고 피곤하기만 했다.
운동회가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 아이들이 운동회를 위해 동원되었던 것 같다.
운동회의 기억이 썩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운동회의 소음을 가을을 알리는 소리로 들으니 반갑기도 하다.
정말 가을 한복판에 성큼 들어선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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