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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지극히 중국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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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삐아노 2015. 2. 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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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2015)

6.9
감독
하정우
출연
하정우, 하지원, 남다름, 노강민, 전현석
정보
드라마 | 한국 | 124 분 | 201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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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은 하정우가 처음 감독으로 내민 작품이다.

배우로서야 연기력이 대단하지만 감독으로는 어떨지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주인공이 하정우와 하지원이라서 이 영화를 보았다.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가 한국의 50년대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50년대를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래도 웬지 낯설다.

왜 그랬을까?

 

영화의 원작이 중국작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라는 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50년대 이야기를 한국의 50연대 이야기로 바꾸었지만

대단히 각색하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허삼관 매혈기>를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허삼관과 허옥란이라는 인물 성격도 우리나라의 전형적 인물로 여겨지지 않는다.

자기 자식인 줄 알고 키웠던 일락이 아내가 결혼전 사귀던 남자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허삼관이 일락에게 보이는 태도(예를 들어 일락에서 아저씨라고 부르라는...)는 어찌 우리나라 아버지의 전형은 아닌 것 같고

일락이 싸움질에서 맞은 아이 병원비를 전애인에게 가서 달라고 악을 써대는 옥란이라는 인물도 어찌 우리나라 어머니의 전형은 아닌 것 같다.

참으로 낯선 인물들이다.

 

그리고 50년대 한국 아이들이 그토록 먹고 싶어하는 음식이 만두라는 것도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고

마지막에서 가족이 행복한 외식 시간에 나오는 음식이 만두와 붕어찜이라니...

밥은 없다.

보통 찢어지게 가난한 한국 사람이 소망하는 것은 '흰 쌀밥에 고깃국 한번 먹어봤으면' 아니던가?

그런데 50년대 가난한 허씨집안 사람들은 특이하게도 만두와 붕어찜이 그토록 먹고 싶다는 것이다. 거참.

 

그리고 우리나라 50년대에 가난한 사람이 피와 장기를 팔아서 먹고 살았다는 것에도 공감하기가 어렵다.

어떤 누리꾼에 의하면 우리나라 50년대에 매혈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장기매매도 있었던가? 

매혈과 장기매매는 중국사회의 전형적인 문제 아닌가 여겨진다.

그래서 위화라는 작가가 그 이야기를 소재삼아 소설을 썼겠지.

 

스토리가 한국에서 진행된다는 것이 아무래도 공감하며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 관객이 낮은 점수를 준 것이 아닌가 싶다.

 

화려한 캐스팅에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코미디를 염두에 둔다면 이 영화에 더 나은 점수를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정우와 하지원의 연기력과 놀라운 조연들이 대거 출연하고,

영화 전반부와 중반부을 지배하는 코미디적 요소는 영화가 끝난 다음에도

다시 기억을 떠올리며 웃게 만든다.

 

한 친구가 내게 '아무래도 중국시장을 겨냥하고 만든 영화 같아'라고 말했을 때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중국인에게는 유쾌하고 공감이 가는 재미난 영화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아니다.

한국 배우가 한국말로 연기하는 한국 배경의 한국영화가 마치 외국영화를 더빙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이 영화의 후반부는 내게 코미디가 아니라 스릴러물처럼 느껴졌다.

유쾌하고 쾌활한 전반부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공포감과 긴장이 고조되는 후반부는 영화보기를 불편하게 했다.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가 눈물을 짜내는 신파를 섞는 상투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 영화는 코미디에 신파를 섞었을 뿐만 아니라 공포까지 더했다.

아쉽다.

 

그럼에도 허삼관의 코미디 부분은 놓치지 말고 볼 만하다.

또 하정우와 하지원의 연기를 보기 위해서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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