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현감독의 파수꾼(2011)을 보게 되었다.
그다지 꼭 보고 싶다는 생각 없이 시간을 떼울 겸 본 영화였다.
1. 파수꾼 시나리오의 전체 큰 틀은 기태라는 고등학생이 자살을 하고 그의 아버지가 기태의 친구들과 만나면서
절친 동윤은 학교를 그만두고 희준은 전학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시간순서로 편집되어 있지 않고 큰 틀의 시간흐름 사이사이
기태가 자살하기 전에 벌어진 일들을 보여줌으로써 전체 이야기를 짜맞추도록 유도한다.
편집도 세련되었지만, 이야기도 짜임새 있다.
무엇보다 선악의 구도로 이야기를 풀지 않았고 각각 한 사람의 나약한 인간으로 묘사하려고 한 점이 이야기에 설득력을 준다.
2. 주인공 기태역을 이제훈이 연기했다.
드라마 시그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이제훈이 벌써 수 년전에 찍은 영화인데도
시그널에서 보이는 그의 연기력이 파수꾼에서도 엿보인다.
오래 전 <친구사이?>에서 나왔던 것이 기억이 난다.
(신인인 그를 주연으로 캐스팅해 준 김조광수 감독와의 관계를 이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굳이 김조광수 감독과 거리를 두려고 한 이유가 무얼까?
이제훈이 아주 똑똑한 친구는 아닌 모양이다.)
고지전이나 건축학개론 등에서는 그의 연기를 그리 주목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드라마 마녀보감에서 만월의 역으로 잠시 나왔던 이초희도 동윤의 여자친구로 나온다.
푸릇푸릇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얼굴이 개성있어서 기억에 남는 배우다.
감독은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 같다.
그래서 감정이입이 잘 된다.
3. 윤성현 감독이 29에 만든 파수꾼은 어린 감독이 만든 작품치고 완성도 있다.
감독은 인간에 대한 연민을 영화 속에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연민이라...
그래서인지 그의 파수꾼 시나리오도 그런 연민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폭력청소년 기태를 악한 아이로 그린 것이 아니라 철저히 고독한 아이로 그린 것만 봐도 그렇다.
앞으로는 재미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하는데, 기대가 된다.
4.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였는데, 생각이상으로 흥미로왔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