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물건 잃어버리는 일도 담담해질 수 있다.
마침내 등산스틱을 잃어버렸다.
거의 10년 된 스틱인데,
산에 갈 때마다 여기저기 던져두었다가 다시 되찾은 것이 몇 차례였던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때마다 용케 잃어버리지 않아서 난 스틱과 내가 모종의 연결끈이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 결국 스틱을 잃어버린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버스정류장이나 버스 안에 놓고 온 것이 분명한데...
되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니, 되찾고 싶지도 않다.
그 물건과의 인연은 이 정도에서 끝을 맺기로 하자 싶다.
어차피 그동안 잃어버리지 않고 잘 사용한 것만해도 감사할 일이니...
스틱 두 개 중 하나를 잃어버렸으니, 아직 하나는 남아 있으니 큰 문제는없다.
어느날 그 스틱마저 잃어버린다면 그때 새 스틱을 사기로 하고...
워낙 물건을 잘 잃어버리니까 물건 잃어버릴 때 점점 더 담담해지는 것 같다.
잃어버린 물건과의 인연이 끝이 나서 그렇다고 스스로 생각해 버린다.
그리고 물건을 잃어버리면 다른 물건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
영국 스코틀랜드 홀리우드 공원에서 모자와 장갑을 잃어버리고 난 그 해 겨울,
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장갑을 주웠었다.
물론 오른손, 왼쪽 각각 한 짝씩 주워 한 손에는 벙어리장갑, 다른 손에는 손가락장갑을 끼고 다니기도 했지만...
(당시에 주운 장갑. 사실 알고 보면 두 짝 모두 왼손 장갑이었다. 하지만 난 무시하고 벙어리 장갑은 왼손, 손가락 장갑은 오른손에 끼고 다녔다.)
또 모르지, 등산 스틱도 산에서 줍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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