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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청

사노라면

by 산삐아노 2014. 7. 2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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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환청을 들을 때가 있다.

 

어떤 이에게는 환청이 하느님의 목소리이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우주인의 소리이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진짜 다른 사람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80대 중반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노부인이 내게 말했다.

 

"내가 보통 11시에 자서 4시 반에는 일어나거든. 그리고 새벽기도를 가지.

그런데 며칠 전에는 2시반이 되도록 잠이 안 오는 거야.

겨우 잠이 깜밖 들었는데, 누가 날 깨우는 거야. '새벽기도 가야지'하고.

얼른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5시 20분이야.

하느님이 깨우신 거지."

 

노부인은 이렇게 하느님의 목소리를 사시는 동안 두 번 들으셨단다.

 

그 이야기를 들은 때문인지,

어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해서 정신모르게 잠들어 있는데,

누가 날 깨웠다.

"산삐아노, 어서 일어나야지."하고.

 

그 목소리가 너무 생생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맞춰둔 알람이 울리는 것이다.

 

노부인처럼 내가 새벽기도를 다니는 것은 아니니까,

하느님은 아니실테고, 도대체 누가 깨운 걸까?

 

깨운 사람이 없으니, 과학적으로, 객관적으로 보면 환청이다.

 

이렇게 환청을 들은 적이 또 한 번 있다.

 

아주 오래 전 어머니와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할 때였다.

저녁 일찍부터 곤히 잠이 들었는데

"산삐아노~"하고 부르는 어머니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 번쩍 눈을 떴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내가 있는 곳은 기숙사 방이고

내 곁에는 어머니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는 얼른 공중전화박스로 달려가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별 일 없으세요?"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두 번의 환청 모두 나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였던 것 같다.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도장을 다니겠다는 굳은 결심이 오늘 아침 나를 깨운 것이고,

평소 앓고 계시던 병든 어머니에 대한 내 걱정이 나를 깨운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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