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버호벤 네덜란드 감독의 [할로우 맨(2000)]을 보게 된 것은 어린 시절 읽었던 '투명인간'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에, 또 폴 버호벤 감독 때문이었다.
폴 버호벤 감독은 1938년생이라고 하니까 현재 여든 살을 훌쩍 넘은 노장의 감독이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니까 2020년에도 영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80대에도 영화감독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단하다.
한때 그의 영화는 참으로 신선했었다. [로봇캅(1987)], [토탈리콜(1990)], [원초적 본능(1992)] 같은 작품들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들도 50대 전후의 작품이다.
[할로우 맨]도 벌써 20년 전의 영화다. 주인공 투명인간 역은 케빈 베이컨(1958-), 여전히 왕성한 연기활동을 하는 배우다. 이 영화를 찍을 때 이미 40대였고, 지금은 60대에 이르렀으니 노장이다. 그가 20대때 찍은 영화 [Footloose(1984)]에서의 역할을 떠올린다면 세월이 많이 흘렀다.
나는 [할로우 맨]이 공포영화인 줄 모르고 보았는데, 공포영화네. 어릴 때(특히 10대)는 최고 좋아하던 장르가 공포영화였지만 나이가 들고 나서는 공포영화를 피하게 되었다. 공포영화인 줄 알았다면 보지 않았을 것 같다.
아무튼 '투명인간'이라는 소재로 공포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싶다. 누군가 투명해져서 내 곁에 머물면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소름끼친다. 남에게 나를 보이지 않고 내 삐뚤어진 욕망을 마구 채울 수 있는 존재, 투명인간.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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