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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려진 나무들

사노라면

by 산삐아노 2022. 4. 1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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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우리는 생의 끝에 대한 이유를 잘 알지 못한 채 죽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 후문 화단 한 켠에 잘린 나무들이 쌓여 있었다. 

나무의 잘린 단면이 노란 빛을 띠어서 가까이 다가가보았다. 

무슨 나무일까? 아무래도 회화나무인 것 같다. 

회화나무를 왜 잘랐지? 어디 있는 회화나무를 자른 것이지?

회화나무는 과거에 선비가 배출되길 열망하는 마음에서 심는 귀한 나무였는데, 요즘은 그런 마음 따위는 없나 보다. 

다음날 그곳에는 더 많은 나무들이 자려진 채 쌓여 있었다. 

올 봄 우리 아파트의 많은 나무들이 잘려졌다.

놀이터 근처에서 나무를 자라는 모습을 보았는데, 왜 그곳의 나무들을 잘랐는지 모르겠다. 

나무는 이런 저런 이유에서 잘린다. 

아파트 채광이 나빠진다고 자르고, 주차장을 마련하기 위해 자르고 아파트 건물에 해가 된다고 자르고 수도, 하수도 공사를 하기 위해 자르고 나무가 병들어서 자르고... 여러 이유로 잘린 나무들이 지금껏 적지 않았다. 

이번에는 어떤 이유로 잘랐는지 모르겠다. 

우리 라인 앞 죽단화도 올해는 보이질 않았다.

화단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를 여러 이유를 피할 행운이 따라야 한다.

운 좋은 나무들은 아직도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어떤 이유로 잘릴지 모른다.

나무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아갈까?

잘린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안 좋다.

이해가 되는 이유 때문일지라도.  

 

아무튼 봄날, 꽃들을 하나 둘 피우는 나무들이 있고 꽃을 피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나무들도 있다.  

생을 마감한 나무들은 왜 죽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 생도 살아남은 자가 나름의 이유를 찾아보지만 죽은 자는 정작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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