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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정령의 숲](APAP1회), 날씨에 따라 변하는 슬픔과 치유의 공간

나들이예찬/나라안나들이

by 산삐아노 2023. 6. 1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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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안양예술공원 [중간자]를 보러 가던 중 [정령의 숲] 안내판을 발견했다. 

도자기 인물상이 어디 있다는 거지?하며 갸우뚱했다. 

[중간자를 보고 데크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돌 위에 도자기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정령의 숲] 작품이었다.

불상을 모티브로 해서 도자기로 인물상을 만들어 자연석 위에 설치했다는 설명 그대로였다.

정말 숲의 정령인 듯 신비로운 인물상이다.

좀 무섭기도 하고.

발만 제대로이고 나머지는 흐릿한 형태. 유령같다.

데크길을 따라가면서 어디에 인물상이 있을까?하고 두리번 거리며 마치 보물찾기하듯 했다.

어둠에 휩싸인 아이같다.

이날 날씨가 흐려서 숲은 어둡고 습기찬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인물상들이 음산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정령은 여성과 아이의 이미지를 가지고 만든 것 같다. 

남성을 정령으로 상상하기 어려웠던 걸까?

아이를 닮은 정령은 남자아이같다.

토루소를 연상시키는 여인의 상.

뭔가 인물상은 상처입은 모습이다. 

그래서 더 우울하게 보이는 것 같다.

가마가 보인다.

다시 또 다른 [정령의 숲] 안내판이 나왔다.

설명에서도 상처로 가득한 몸을 한 인물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인물상은 지치고 피로한 삶을 살아가는 자화상이기도 하다고.

우리의 영혼이 휴식을 취하길 바라면서 [정령의 숲]이라는 정원을 만들었다는 작가의 의도가 나와 있다.

이 가마는 도자기 인물상이 흙과 유약, 물, 불을 이용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상징화하는 것 같다.

가마 속을 들여다 보니 또 다른 인물상이 있었다.

얼굴이 일그러진 인물상.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슬프다.

또 다른 아이상. 꽃문양이 몸에 있는 모습이 신비롭다.

인물상이 정말 많다. 

작가의 노력이 느껴졌다.

숲을 흥미로운 예술공간으로 치유의 공간으로 만들어낸 것 자체가 마음에 든다.

이날 우연히 [정령의 숲]을 발견한 것은 내게 큰 만족감을 주었다. 

천천히 걸으면서 작품들을 찾고 살펴보는 동안 그 행위 자체가 푹 빠져들 수 있었다. 

신비로운 공간 속을 거니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날씨의 도움도 컸던 것 같다.

그리고 6월 초에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는 분위기가 달랐다. 

햇살이 숲으로 비춰들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숲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인물상에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확실히 더 슬프고 우울했다.

이날은 지친 존재들에게 따뜻한 햇살이 위로를 보내는 듯했다.

숲은 음산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치유의 공간 같은 느낌을 준다.

[정령의 숲]은 날씨에 따라 완전히 다른 분위기와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매 번 다른 체험이 가능할 것 같다. 

비오는 날이나 눈 내리는 날에는 또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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