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지 않아도 책이 생길 때가 있다.
바로 이 책도 그 경우에 해당한다.
보통 그냥 주어진 책일 경우는 잘 읽게 되질 않는다.
내가 원해서 주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받자마자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했다.
어쩌면 제목 때문인가?
제목이 너무 문학적이지 않는가!
<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
번역서의 이런 제목 앞에서 난 원래 제목이 궁금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원제는 <philosophie sentimentale>이다.
'감정 철학'이라고 해야 하나? '감정적인 철학'이라고 해야 하나?
아마도 후자가 더 적확할 것 같긴 하다 .
그야말로 저자가 니체를 비롯해서 프로이트까지
다양한 철학자, 저자 등에 대해서 자신의 감정을 담아 설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냉소적으로.
이 책은 읽어내려가는 순간, 철학책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지극히 작가적인 책이라고나 할까.
저자 프레데리크 시프테는 작가적인 냉소를 충분히 갖춘 글 잘 쓰는 사람이고
자신 만의 느낌, 생각으로 다른 사람의 글을 해석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은 읽기에 재밌다.
비록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쓰기는 아니라 할지라도.
이 책을 덮고 나서 난 쇼펜하우어에 대해 좀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쇼펜하우어에 대한 책 1권을 읽고 나는 그 철학자가 싫어졌었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두 번 다시 그 사람의 책을 읽고 싶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정리했다.
그런데 프레테리크 시프테가 쓴 쇼펜하우어의 글을 읽다 보니
그가 좀더 궁금해진 것이다.
마침 내가 주어진 쇼펜하우어에 대한 책도 있고 하니,
그 책을 읽어 봐야겠다.
쇼펜하우어의 저서보다는
쇼펜하우어에 대해 쓴 글을 읽고 싶으니까.
좀더 분명히 말하자면, 쇼펜하우어 자체보다는
쇼펜하우어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고나 할까?
더불어 밀쳐두었던 몰리에르의 희곡들, 몽네튜의 <에세>를 읽도록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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