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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 축제>, 호스피스 요리사 이야기

즐거운책벌레/에세이

by 산삐아노 2015. 9. 1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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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 축제

저자
용서해 지음
출판사
샨티 | 2012-12-24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어느 날 우연히 호스피스 센터를 방문한 뒤 내 인생은 완전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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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저자의 이름이 '용서해'라는 것이 참으로 이상타 싶었다.

알고 보니 호스피스 요리사가 되기 위해 요리학교를 졸업하는 날, 농부 목사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란다.

땅에게 구하는 용서, 띵이 사람을 용서한다는 의미.

 

2. 나는 이 책을 호스피스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생각하고 빌렸지만,

호스피스 환자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중심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저자가 플룻 연주자, 호스피스 음악가, 호스피스 요리사가 되는 여정이 중심으로 보여진다.

 

 

저자의 이력이 참으로 독특하고 흥미롭다.

청소년시절부터 프랑스 유학을 떠나 음악을 공부하고 플룻연주자가 되었고,

플룻으로 호스피스 음악봉사를 하다가 호스피스 음악가가 되었고

마침내 죽어가는 사람의 마지막 만찬을 준비하는 호스피스 요리사가 되었다고.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바로 이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한 인간이 성장하고 타인에게 기여하는 삶을

저자가 어떻게 꾸려나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글솜씨가 없어 책이 그렇게 재밌지는 않다.

이야기가 장황하다는 느낌.

글쓰기가 전문이 아닐테니 그점은 이해하고 넘어가도 될 듯.

 

3. 저자는 글 속에서 서서히 성장해가는 자신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저자의 생각이 성장을 거듭해가는 중이라서 그런지 사색의 깊이는 충분하지 않다.

저자에게 깊이 있는 통찰을 기대하지 않고 생각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읽는다면, 

또 저자가 씩씩하게 도전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점을 주목해서 읽는다면,

이 책은 좋은 책이다.

 

3-1. "죽음을 긍정하고 바란다는 것은, 그것이 천국이건 극락이건, 죽음 후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뭔가가 있다고 믿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P.26)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세를 인정하지 않아도 충분히 죽음을 긍정하고 바랄 수 있다.

저자가 개신교도로 보여지는데, 기독교 세계관에 갇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3-2. "호스피스 봉사를 하면서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아픈 몸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남은 생을 살다 간 사람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여성 환자인 경우는 더 그랬다.(p.66)

아프더라도 행복할 수 있고, 죽음이 임박했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깨우침은 중요하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죽지 못한다는 것은 평소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3-3. "어느 시점에 환자가 곡기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ㅕㄴ 그 다음에는 결국 '굶어죽게' 된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나는 호스피스 봉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p.152)"

곡기를 끊고 굶어 죽는 일은 저자의 말처럼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생명의 자연 섭리가 그런 것이다.

끝까지 음식을 향유한다면 어떻게 죽음을 맞을 가벼운 몸을 가질 수 있겠나.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모든 욕망을 내려놓고 몸도 죽음을 맞기에 적당한 몸이 되어가는 것이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음식을 탐하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안타까운 일이다.

몸도 마음도 죽기 전에는 비워야 하는 법.

 

3-4. "내가 만났던 분 중에 나와는 달리 자신에 대한 기억을 세상에 별로 남기고 싶어하지 않은 분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분은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반듯하게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해 갔고

물건도 깨끗이 정리하고 떠났다. 오랫동안 나는 그녀의 삶을 꼭 그런 식으로 정리하고 가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그 심정이 헤아려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p. 221)"

 

죽음을 맞는 태도는 개개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죽음에 앞서 자신의 삶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가기가 어려운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나도 죽음을 앞두고 삶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가고 싶다.

사는 동안에도 세상을 너무 더럽히지 않고

죽음 다음에도 흔적이 거의 없도록 스르르 사라져 가는 것, 좋은 일이라고 본다.

 

4. 잡놈 할아버지가 좋아했다는 아일랜드 민요<런던데리 에어, Londonderry Air). 나도 좋아한다.

 

"아, 목동들의 피리 소리들은 산골짝마다 울려나오고,

여름은 가고 꽃은 떨어지니,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저 목장에는 여름철이 오고 산골짝마다 눈이 덮혀

나 항상 오래 여기 살리라.  아 목동아, 아 목동아, 내 사랑아.

 

그 고운 꽃은 떨어져서 죽고 나 또한 죽어 땅에 묻히면

나 자는 곳을 돌아보아 주며 거룩하다다고 불러주어요.

네 고운 목소리를 들으면 내 묻힌 무덤 따뜻하리라.

너 항상 나를 사랑하여 주면 네가 올 때까지 내가 잘 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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