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판 [리틀 포레스트]도 아직 보지 못했는데, 일본판 [리틀포레스트: 사계절(2018)]부터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는 사계절을 하나로 묶은 것도 있고, 봄과 겨울, 여름과 가을을 각각 묶어 만든 영화도 있었다.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은 2014년에, [리틀 포레스트: 봄과 겨울]은 2015년에 나왔고,
사계절은 2017년에 나왔다고 한다. 정리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원작은 만화,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리틀 포레스트].
감독은 모리 준이치. 이 감독의 작품으로 [란도리(2001)]를 오래 전 보았던 기억이 난다.
도호쿠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 코모리는 이치코의 고향. 잠시 이곳을 떠나 있기도 했지만, 다시 이곳으로 도망치듯 들어왔다.
도피처로 선택한 시골 고향마을. 그곳에서 여름가을겨울봄 사계절에 따라 벼를 심고 다른 채소들을 심어 농사를 짓고
주변의 나무와 풀이 건네는 계절의 선물도 받으면서 일상을 꾸려간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밤낮의 변화에 따라 살아가는 이치코의 삶은 상당히 평화롭게 보인다.
주어진, 또는 노동으로 얻은 식재료를 이용해서 요리를 하는 일은 일상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요리는 이치코의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이기도 하다.
5년 전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 어머니. 그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음식과 더불어 순간순간 떠오른다.
마을에는 주로 나이든 분들이 남아 농사를 지으면 살고 있다.
그중 친구 키코의 할머니도 계신다.
젋은이라고는 이치코와 친구 키코, 그리고 후배 유타가 있다.
가을에 떨어진 밤을 이용해서 밤조림을 해서 서로 나누는 이웃들.
각자 자신만의 레시피를 가지고 만든 밤조림.
올 가을에는 나도 밤조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골마을에서 오리농법을 이용한 벼농사짓기가 나오는데, 추수가 끝나면 오리들을 모두 잡아먹는다고 한다.
이때 키우던 오리들을 잡아먹는 이야기가 나온다.
생명을 거둬서 그 몸을 섭취하는 일은 다른 생명을 쉬이 죽이거나 고도한 육식의 습관을 경계하게 되서 좋은 일이다 싶다.
굳이 육식을 하겠다면.
표고버섯을 키우는 창고 안의 모습이 신기했다.
도시인이라서 시골삶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이 영화 속 풍경이 낯설고 흥미로왔다.
여름은 습하고 무더위가 심하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는 추운 곳인가 보다.
곶감을 만들기 위해 감껍질을 벗기고 매다는 광경을 볼 때는 작년 곶감을 말렸던 기억이 떠올라 즐거웠다.
이치코가 사는 마을의 사계절의 풍경에는 눈을 황홀하게 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이치코는 고양이랑 함께 산다.
시골집이라면 고양이보다는 개랑 함께 사는 것이 좋을 듯싶다.
도피하듯 시골마을로 들어온 이치코는 그 마을을 훌쩍 떠나버렸다.
친구 키코와 유타를 남겨두고.
물론 이치코는 세월이 흘러 이제는 도피가 아니라 정말로 그곳에 정착하기 위해 다시 돌아온다.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 음식의 추억과 사계절이 담긴 음식, [리틀 포레스트]는 시각적으로도 간접경험으로도 풍부한 영화다.
그리고 음식에 얽힌 추억도 떠올려보게 만든다.
사실 우리는 어린시절의 음식에 상당히 집착하며 살아가는 것도 같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도 보았는데, 그 편은 주로 여름과 가을의 음식을 중심으로 편집되어 있었다.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도 보고 싶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만든 [리틀 포레스트]도 보면 좋을 것 같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