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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직박구리의 방문

사노라면

by 산삐아노 2014. 7. 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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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예기치 못한 방문객으로 마음이 즐거워질 때가 있다. 

 

요즘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예기치 못한 방문이란 없다.

일로 만나는 사람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밖에서 만나고

사적으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다들 날짜와 시간 약속을 해서 만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근래 예기치 못한 손님의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바로 직박구리.

 

 

 

직박구리는 주로 오후에 찾아오는데, 멀리서도 '삐익삐익삐익~'하는 소리만 들어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직박구리가 우리집 베란다 밖 화분대를 찾아올 때면 나는 직박구리가 떠날 때까지 잠깐동안 하던 일도 멈추고 바라보곤 한다.

그리고 그가 내는 예쁜 노래소리에 귀도 기울여 본다.

 

예전에 돌나물을 화분에 심어두었을 때 직박구리가 자주 방문했던 것 같다.

돌나물이라는 간식거리까지 있어서 그랬던지...

그때는 돌나물의 꽃대 부분을 부리로 쪼아먹어 결국 돌나물을 밖에서 키우는 것을 포기했었다.

또 오카리나를 불고 있으면, 직박구리도 삐약삐약삑삑 노래로 거들기도 했다.

 

직박구리가 노래하는 소리는 얼마나 경쾌하고 예쁜지!

직박구리가 유해동물로 지정되었다고는 하지만, 내게는 사랑스러운 새, 반가운 손님일 뿐이다.

 

 

오늘 오후에도 직박구리의 반가운 방문을 받았다.

무더위로 지쳐 일의 속도도 떨어지고 할 엄두도 나질 않아 축 늘어져 있을 때였다.

 

난 오랜만에 직박구리를 찍어봐야겠다 했다.

직박구리를 찍어보려고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아주 미세한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직박구리는

내가 조금이라도 소리를 내면 금방 달아나 버렸다.

 

그래서 오늘은 멀리서부터 직박구리를 담기 시작했다.

사진기 소리가 날까봐 조심했다.

그리고 몸을 최대한 낮췄다. 혹시에 눈에 띨까봐.

조금씩 살짝살짝 앞으로 전진했다.

겨우 베란다 망창 근처에 도달했다.

망창을 열고 찍고 싶지만 망창을 건드리는 순간 직박구리는 떠날 것이다.

망창을 사이에 놓고 최대한 가까이 직박구리를 담아보자 했다.

 

직박구리는 입을 헤~ 벌리고 뭔가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게는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다.

내가 근처에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여러차례 직박구리를 향채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촛점이 잘 맞질 않아 찍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사진을 찍다가 직박구리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직박구리는 나 따위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직박구리는 한참을 화분대에 쉬다가 떠났다.

 

직박구리가 떠난 후 사진을 살펴보니 건질 사진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장은 분명하게 나왔다.

 

그사이 직박구리를 유인하기 위해 내가 내다놓은 제비꽃, 왜제비꽃 화분, 그리고 갈대발 등이 효과를 발휘한 것일까?

 

무더위가 훌쩍 달아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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