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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기타기타사건부], 히어로가 아니라 약자들이 힘을 합해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21. 12. 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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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도서관 다니는 것을 미루다가 위드 코로나 이후 미야베 미유키 책을 좀 빌려봐야겠다 싶어 예약해두었다. 

미야베 미유키가 2020년에 출간한 [기타기타사건부]는 북스피어에서 2021년 5월에 번역출간했다. 

올 11월에 같은 출판사에서 미시야마 변조괴담 시리즈7권인 [영혼 통행증]도 출간했다고 하는데, 우리 도서관에서는 이 책을 찾을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내년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야 하려나 보다. 

[기타기타 사건부]는 10대 청소년 기타이치가 주인공이다. 

기타이치는 오캇피키인 센키치 대장이 거둬 키운 아이다. 

이 번 책에는 총 4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제 1화에서는 복어를 잘못 먹고 사망한 센키치대장의 이야기가 나온다. 

센키치 대장이 죽고 난 후 센키치대장이 운영하던 문고사업이 그의 수하였던 만사쿠에게 물려진다.

하지만 센키치 대장의 수하 그 누구도 오캇피키를 불려받지 못했다. 

기타이치는 만사쿠와 그의 아내가 이은 문고가게의 물건을 파는 일을 하기로 한다. 

제 4화에 이르면 기타이치는 만사쿠의 문고가게에서 독립해서 자신의 문고사업을 시작한다. 

이 책의 제목의 기타기타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는데, 아마도 기타이치의 '기타'와 기타이치를 돕는 기타지의 '기타'를 합해서 '기타기타'라고 한 것은 아닌가 싶다. 제 3화부터 기타이치와 기타지는 함께 힘을 합해 사건을 풀어나간다. 

기타지의 뛰어난 무술실력에 센키치 대장의 맹인 아내인 마쓰바의 추리력과 느티나무집의 오우미 신베에의 인맥이 더해져서 나약하고 겁 많은 기타이치가 자잘한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제1화는 추녀였던 며느리의 저주가 서린 '후쿠와라이'와 관련한 이야기. 아이들이 '저주의 후쿠와라이'를 가지고 논 이후 집안에 우환이 이어지는 상황을 해결하는 이야기. 후쿠와라이놀이를 성공적으로 끝낸 사람은 마쓰바다. 이 이야기의 소재는 학대받은 며느리, 고부갈등. 

"후쿠와라이란 누코입이 없는 오타후쿠(납작코에 광대뼈가 불거진 추녀의 얼굴) 종이가면에 눈가리개를 한 사람이 누, 코, 입이 그려진 종잇조각을 하나하나 놓아 나가 우스꽝스러운 얼굴 모양을 만드는 것을 보며 웃고 즐기는 정월 민속놀이다."

제2화 역시 놀이와 관련된다. 이번에는 '쌍륙'. 즉 주사위 놀이. 아이들이 함께 한 주사위 놀이에서 세 아이들은 각각 '가미카쿠시', '금화3냥', '염라대왕앞'이 나왔고, 한 아이는 사라졌다 나타나고, 또 다른 아이는 금화3냥을 얻고, 나머지 아이 역시 사라져 영영 나타나지 않게 된다.   이 이야기의 소재는 모자간의 갈등. 기카이치는 이 기이한 상황의 진실을 파헤친다. 

"쌍륙은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눈의 수대로 앞으로 나가고, 먼저 끝낸 사람이 이기는 단순한 놀이다."

제3화는 이구치 하치에몬의 노모가 죽어 집을 헤쳐하던 중 마루 아래서 유골이 발견되어 기타이치에게 그 유골을 수습하는 임무가 맡겨진다. 기타이치는 유골을 수습한 후 까마귀천구 네스케(담배쌈지나 지갑의 끈을 허리띠에 지를 때 끈이 빠지지 않게 끈 끝에 다는 세공품)를 발견한다. 하지만 유골의 정체를 밝히지는 못했는데, 까마귀천구 모양의 문신이 있는 사람이 있다 하여 기타이치가 추적한다. 그러다가 목욕탕 가마담당의 기타지를 알게 된다. 그런데 이 기타지가 관리인 도미칸의 납치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제4화에서는 윤회를 빙자해서 재산을 가로채려는 음모를 파헤친다. 이 과정에서도 기타이치는 기타지의 도움을 받는다. 

나약한 기타이치, 맹인인 마쓰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타지 등 히어로는 아니지만 약한 사람들이 모여서 힘을 합쳐서 동네의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들이 미야베 미유키 필력에서 멋지게 뿜어져나온다. 분명 이 이야기도 이대로 끝날 이야기는 아니다. 기타지가 왜 목욕탕의 가마를 담당하며 자신을 숨기면서 살아가는 지, 그 자세한 내막이 궁금해지니 말이다. 

그리고 새로이 문고상이 된 기타이치가 사업을 잘 꾸려나갈지? 혹시 센키치대장의 뒤를 잇는 오캇피키가 되지는 않을런지 궁금해진다.  

 

며칠 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문명1]을 읽고 실망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이제 그만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필력은 전혀 줄지 않았다. 이번 소설도 무척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벌써부터 이 작가의 또 다른 소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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