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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미 마사유키의 [낮의 목욕탕과 술], 온천하고 싶어지는 이야기

즐거운책벌레/에세이

by 산삐아노 2017. 2. 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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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안내책자에서 소개한 것을 보고 한 번 읽어볼까, 하고 책을 손에 들었는데, 참으로 허접한 글이다. 

일본에서 2011년에 출판된 것으로보아 동일본 대지진 이전에 쓴 글인 것으로 보인다.

방사능에서 오염된 지금도 일본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을지는...

일본 사람들 입장에서 원자력발전소 피해는 돌이킬 수 없는 가슴아픈 경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일본과 다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 책은 50대 초반의 만화가가 목욕탕에 갔다 술 한 잔 마시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온천탕이나 일반 목욕탕에서 만난 벗은 남자들을 보고는 이런 사람이겠거니 저런 사람이겠거니 혼자 공상하거나

목욕탕이 있는 동네, 목욕탕,  술집 풍경을  묘사하거나 

술집에서 가서 안주가 어땠네, 술이 어땠네... 추억도 떠올려보고...날씨도 이야기하면서...

시덥잖은 생각을 끄적여본 것이랄까.


일단 이 책을 빌리기 위해서 나는 왕복 1시간 반을 걸어 도서관을 오간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온천욕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온천예찬, 목욕예찬을 끝까지 들어보자 싶기도 해서 책을 중간에 놓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일단 든 책은 거의 모두, 99.9% 끝까지 읽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내가 도중에 포기한다면 그 책은 정말로 내게서 버림받은 책이다. 


그래도 책에서 내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술집 이야기는 관심이 없지만. 술을 잘 안 마시는 관계로.


첫 번째 이야기: 평온한 거리, 하마다야마

"낯선 땅의 야만스런 공기 속에서 나 몰라라 하는 이방인이 되어 벌거벗은 몸을 던져 넣는 가벼운 스릴"

두 번째 이야기: 목욕탕의 제왕, 기타센주

"페인트 그림은 위풍당당한 후지산. '나카지마'라는 사인이 있다. 최후의 목욕탕 페이트화가라느 나카지마 모리오 씨다."

후지산 페이트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본 목욕탕은 후지산 페이트그림을 두는 것이 특징인가 보다.

세 번째 이야기:태어나고 자란 곳, 미타카

탕의 변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가 싫어하는 전기탕(전기탕이라니...나도 싫을 것 같다), 제트탕(강렬한 제트기포가 나오는 탕), 실크탕(저온탕), 치요노탕(수질에 신경쓴 탕. 마그네슘, 칼슘제거한 연수탕).

또 저자의 노천 끽연실에 대한 감동이 나온다. 저자가 담배를 피우나?

네 번째 이야기: 한 차례 목욕하러, 긴자

긴자에 남은 두 개의 목욕탕 가운데 곤파루탕은 1863년에 열어 무려 148년이나 된다고 하니... 정말 놀랍다. 

가게든 뭐든 순식간에 바뀌는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일 듯하다. 

다섯 번째 이야기: 도둑놈 도라씨, 다치아이가와

남성탈의실의 성인용 영상물DVD? 일본 목욕탕에서도 흔한 일은 아닌가 보다.

여섯 번째 이야기: 주문 많아요, 홋카이도

"그렇지만 샤워만 하는 건 정말 싫다. 관처럼 좁은 욕조라도 무조건 몸을 담가야 한다. 어깨까지 물 속에 푹 잠기게.

욕조에 들어가는 걸 싫어한다는 어떤 나라의 사람들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가능하다면 매일 밤 탕에 들어가고 싶다. 탕 안에서 재충전한다. 다시 태어난다. 재생한다. 새로운 숨을 쉰다. 

샤워만 해야 하는 인생은 숨이 턱 막힌다. 부정하다. 썩어가는 것만 같다."

저자의 탕욕예찬에 적극 공감.

일곱 번째 이야기: 일하는 거리, 기치조지

저자의 친구가 6개월만에 욕조목욕을 한 쾌감은 섹스의 쾌감과도 비교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자는 '알아!'하며 동의한다.

그리고 장황한 목욕 예찬을 거론한 다음,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역시 일본인에게 목욕이란 종교까지는 아닐지라도 그 비슷한 정신세계를 향한 여정과도 같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여덟 번째 이야기: 블루스라니까, 간세이초

"기분 좋게 약간 미지근한 물인데, 이게 참 기분 좋다. 피부에 닿는 감촉이 부드럽다. 그렇지만 장작으로 불을 땐 탓인지, 입욕제 때문인지 판단이 안 선다."

적당히 미지근한 물에 반신욕을 하는 일은 피로를 풀어줘서 행복감을 준다. 

저자의 기분좋음이 전해지는 느낌.

아홉 번째 이갸기: 비에 젖어도, 아사쿠사

"바깥공기를 쬐며 즐기는 목욕은 기분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오늘은 비까지 내리니 여름치고는 서늘해서 노천 목욕에 더없이 좋은 날씨다."

내 경우는 기온이 좀 오르는 4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는 온천하지는 않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여름에도 비오는 날에는 노천탕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겠구나,하고 여름 온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생겼다. 

올여름에는 온양온천 노천탕에 다녀올까?

열 번째 이야기: 추억이 흘러넘치는, 진보초

"돈이 없으니 손님에게 맛있는 걸 대접할 수는 없다. 그러니 목욕탕으로 안내한 다음, 싸구려 술집의 맥주를 몇 배나 더 맛있게 마시게 하려는 아이디어였다."

대학교 다닐 때 한여름날 친구들이랑 시원하게 생맥주 한 잔씩 했던 기억은 지금도 행복한 추억이다.

아마도 온천욕 후의 생맥주 마시기도 비슷한 기분을 안겨줄 것 같다. 


이 책을 덮고 난 후, 난 온천하러 갔다.

책을 읽는 내내 온천에 대한 욕망이 강렬해졌던 탓이다.

생각했던 대로 온천욕은 훌륭한 휴식이자 행복감의 원천이다.

온천욕탕에서 나와서 근처 생맥주집 불빛을 보니, 생맥주를 한 잔하면 정말 시원하긴 하겠지, 하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올여름 비오는 한 날, 온양온천 노천탕에 꼭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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