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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by 산삐아노 2021. 11. 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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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고인의 자리는 점차 사라져간다.

지난 일요일 시의회 감나무 곁을 지나가다가 감이 하나 남아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예전에는 감나무의 감을 일부러 남겼다고 한다. 까치밥하라고. 

하지만 요즘 공원이나 아파트 정원의 감나무의 감은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잘 익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감이 달랑 하나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신기하다.

 

나는 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나마 단감을 홍시에 비해 더 선호한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단감을 좋아하셨다. 

어머니는 어떤 과일을 좋아하셨을까? 갑자기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나처럼 감은 안 좋아하지만 그 중 단감을 좋아하셨는지 알길이 없다. 

하지만 이번 어머니 제사때는 어머니가 좋아하셨다고 믿는 단감을 제삿상에 올렸다. 

사실 어머니는 당신이 죽으면 냉면을 놓고 제사를 지내달라 말씀하셨는데...

한번 냉면을 올리고 제사를 지낸 적이 있을 뿐이다. 

추운 날 제사를 지내고 나서 제삿상의 냉면을 먹는 일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는 냉면을 제삿상에 올리지 않는다. 

어머니는 우리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간단히 상을 차리라고 냉면을 올리라고 하셨지만...

간단한 냉면 상차림이 오히려 힘이 들다니...

어차피 제삿상은 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사상을 차리는 까닭은 상차림을 준비하면서 이 세상을 떠난 사람을 한 번 더 기억하는 것일 뿐. 

 

감나무의 남은 마지막 감을 보니, 제삿상의 단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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