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이 장진 감독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보고 싶었다.

장진 감독 다운 유머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전의 코미디 영화들에 비해 덜 재미있었다.

감독의 시나리오에 비해 연출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사실 장진은 감독보다는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더 돋보이는 것 같다.

 

 


하이힐 (2014)

Man on High Heels 
7.7
감독
장진
출연
차승원, 오정세, 이솜, 고경표, 신성훈
정보
액션 | 한국 | 125 분 | 201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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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하이힐>도 시나리오는 충분히 흥미로왔다.

차승원이라는 배우도 잘 선택한 것 같고.

영화를 보는 중에 차승원의 눈이 슬퍼보여서 선택했다는 감독의 이야기가 떠올랐고 그의 말에 공감이 갔다.

차승원은 내면적 갈등을 겪는 트랜스젠더(M to F)의 슬픔을 눈빛으로 잘 느끼게 해주었다.

 

강력계 형사 '지욱'이라는 인물은 깡패들까지 선망할 정도로 진짜 남자, 남성성의 전형으로 보인다.

하지만 알고보면 그는 스스로를 여성으로 여기는 트랜스 젠더다.

그의 과도한 남성성은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정체화한 성의 간격 때문에 생기는 분열을 극복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인 것이다.

보통의 남자들보다 더 남자답게 보여서 내면의 여성을 죽이려는 시도.

하지만 결국 그는 여성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직장도 포기하고 여성으로서의 새 삶을 살아나가려고 준비를 한다.

그럼에도 영화의 스토리는 그가 여성으로 살 수 없게끔 끌고 간다.    

 

영화를 보면 M to F, 즉 생물학적 성이 남성인데 여성으로 정체화한 트랜스젠더, 이들의 힘든 삶을 슬쩍 보여준다.

세상에서 트랜스젠더의 자리가 얼마나 좁은지를.

 

다만, 영화 스토리상 지욱의 청소년기의 사랑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욱이 트랜스젠더라면 그가 사랑에 빠졌을 수도 있는 소년은 특별히 남성적인 소년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지욱이 사랑하는 소년은 지욱보다 더 여려보이는 소년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몰입하기가어려웠다.

감독이 왜 지욱의 청소년기의 사랑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는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내가 트랜스젠더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솔직히 트랜스젠더란 존재는 부담스럽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여성과 남성 두 성으로 구분해서 획일화시키고 도식화시키는 것도 불편하다,

 

사실 성을 이분화 시키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성이 존재한다.

생물학적으로 (비록 다수라고 해도) XX와 XY로 인간모두를 표현할 수 없지만,

사회적 성, 젠더는 생물학적 성, 섹스 이상으로 복잡하다.

젠더라는 것은 성적 욕망의 표현이니까, 그만큼 인간의 욕망이 다채롭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다양한 젠더 가운데 트랜스젠더(Transsexuel)의 경우는 주어진 몸과 성적 욕망의 불일치로 고통받는 사람이다.

현대 성형술의 도움을 받아 몸 자체를 고쳐나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성과 일치시키는 데 그럭저럭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장 하리수가 떠오르지만, 하리수 이외에도 내가 다큐를 통해서 본 트랜스젠더 가운데는 (M to F, F to M 모두를 아울러) 

외면과 내면을 일치시키는 데 성공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호르몬 시술, 성형, 운동 등 개인적 노력과 의학발달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타고난 체형이나 외모에 있어서도 일치시키기에 유리한 운도 더불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많은 트랜스젠더는 유감스럽게도 상당히 부자연스러워보이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대중들의 눈엔 괴물처럼 보이기도 하도, 신기한 구경거리가 되기도 하고 동정심을 유발시키기도 하는 것 같다.

 

오래 전 남프랑스에서 지낼 때였다.

버스를 타면 종종 부딪치는 기묘한 사람이 있었다.

항상 멋지게 화장하고, 커트 머리에 긴 치마를 입은 사람이었다.

그 모습이 낯설고 신기하게 보여서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곤 했다.

나는 그를 여성복장을 선호하는 남성이라기 보다는 M to F 트랜스 젠더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의 옷차림이 그렇다고 과장되게 여성적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습은 감히 흉내낼 수 없는 멋진 모습이기도 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이힐>에서도 그런 대사가 나왔었다.

주변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을 겪어내야 진짜 여자가 된다는 이야기.

 

내가 만났던 그가 트랜스젠더라면 그는 이미 사람들의 시선쯤은 달관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한국에서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트랜스 젠더(F to M).

그는 좀 뚱뚱한 편이었지만 산뜻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성격도 좋아 보였다.

전문직에 종사하고 여자 애인도 있어 나름 안정되어 보였다.

그가 트랜스젠더라서 불편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내 속에서는 트랜스젠더라는 존재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히 존재했다.

 

몇 년 전 보았던 김일란 감독의 다큐 <3X FTM>에서는 세 명의 F to M트랜스젠더가 등장했었다.

 

 


3xFTM (2009)

3xFTM 
9.1
감독
김일란
출연
고종우, 한무지, 김명진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115 분 | 2009-06-04

 

 

이들의 삶도 처절해 보였다.

호르몬 시술, 가슴절제술을 하고 한국의 다른 남성들과 다르지 않는 삶을 추구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녹록해 보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 중 한 명은 성전환수술을 받지도 않았는데 주민등록정정에 성공해서

주민등록상으로는 분명 남성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트랜스젠더라기 보다 동성애자로 여겨졌다.

우리사회가 성소수자에게 좀더 개방된 시선을 가지고 있다면 그가 트랜스젠더로 살아가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 그 여자와 함께 사는 삶을 실현하기 위해 남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으니까.

 

나머지 두 사람은 자신들이 태어날 때부터 몸을 잘못 부여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 속 주인공처럼 신의 실수로 여자 몸에 남자의 영혼을 들어간 존재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프랑스에서 보았던 두 편의 다큐멘터리(미국, 캐나다에서 만든 것들)를 보아도

트랜스젠더의 삶은 국적과 무관하게 모두 힘겨워보였다.

다들 몸을 바꾸기위한 호르몬 시설, 성형 등으로 지쳐갔다.

한 F to M은 호르몬 시술이 원인이 되어 암환자가 되어 생을 마감하는 모습도 보았다.

그런데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병원에서도 내쳐지는 차별을 겪는 모습도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어느 사회든 트랜스젠더를 대하는 시선은 대체로 냉랭하다.

 

나 역시도 트랜스젠더에 대해 차별적인 사회 속에서 살다 보니 이들을 차별적 시선으로 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거부감 없는 외모를 한 트랜스젠더만 껴안아주고 나머지는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 것이다.

 

특히,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운 트랜스젠더는 바로 동성애자인 M to F.

생물학적 성은 남성이지만 스스로를 여성으로 생각하고 여성을 사랑하는 사람.

어떤 자리에서 이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네덜란드 사람이었는데, 상냥하고 사교적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괴물이라도 되듯 내 마음 속에서는 마구 밀어내는 것이다.

 

 

 

그 만큼 이들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거부감, 불편한 마음, 차별적 시선을 갖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트랜스젠더 친구가 있다면 훨씬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차별없는 마음으로 이들의 존재자체를 인정하려고 애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들이 사회, 문화의 각본이 만들어낸 성의 이분화 시나리오를 따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신의 몸과 다른 성의 역할을 과장되게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전부를 바친다는 것에는 여전히 의문이다.  

 

개인적으로 사회가 다양한 성을 인정하는 개방성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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