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공작산 약수봉2(홍천, 2017.11.중순) 약수봉, 귕소를 지나 산소길로

나들이예찬/그 산길을 따라

by 산삐아노 2017. 11. 30. 17:04

본문

약수봉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수타사 버스 정류장에서 2시 10분 버스를 타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놓치면 수타사에서 어슬렁거리면서 5시 20분 막차를 타는 수도 있긴 하다.

약수봉에서 바라본 하늘은 푸르고 깨끗하고 맑았다. 

잠시 하늘을 즐기다가 하산을 하기로 하고 표지판을 보는데...

약수봉에서는 실제로 길이 두 갈래 밖에 없다.

우리가 왔던 길과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

그런데 안내판에서는 마치 세 갈래 길이 있는 듯 했다.

이것은 복선임에 분명하다. 

내려가는 길의 안내는 올라오던 길의 안내만큼 분명치 않았다는 것. 

정오를 지난 시간이라서 그런지 날씨도 춥지 않고 하늘도 맑아서 주변이 환하게 잘 보였다.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내려가는 길도 상당히 가파르다. 어김없이 밧줄이 있었다.

이번 산행에서는 밧줄 도움을 정말로 잘 받았다.

나는 이 안내도를 보면서 800미터를 내려가서 갈래길이 나오면 위쪽 길을 선택해서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 길은 존재하지 않았다...

밧줄도 잘 준비되어 있었지만 이렇게 쇠계단도 바위에 박혀 있어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이 길 정말 가파르다. 밧줄이 아니었다면 낙엽에 묻힌 가파른 길을 제대로 내려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엉금엉금 길을 내려가던 동안에도 공작산의 가을 풍경을 놓칠 수 없었다.

다시 표지판. 우리는 능선부로 내려왔고 귕소로 내려가야 한다고 그 길은 약 1킬로미터가 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도대체 귕소가 뭐지? 참 독특한 이름이다.

이 길에는 굴참나무가 많았다. 

잎을 떨어뜨린 굴참나무들이 줄지어 자리잡고 있었다. 

이렇게 굴참나무가 많은 곳도 흔치는 않은데...

잠시 서서 키큰 나무를 따라 위를 올려다 보니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낙엽을 밟고 또 밟고...

올가을 낙엽길은 정말 원 없이 걷는다.

경사진 길이라 발이 낙엽 속으로 푹푹 빠져드는 중에 미끄러지거나 헛딛지 않으려고 무척 집중해서 걸었다.

약수봉을 오르는 길만큼이나 하산하는 길도 닮았다. 

활엽수와 침엽수가 교대로 섞여 있고 길을 걸을 때마다 낙엽이 바스락 거리고.

다시 지도 안내판이 나왔지만 지도가 말하듯 두 갈래 길은 없었다. 헐.

그냥 있는 길을 따라 걸을 뿐.

낙엽길이 계속될 뿐이다.

마침내 마지막 밧줄! 그리고 나무 계단이 잘 놓여 있다.

공작산을 걸으면서 느낀 것은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타이어계단이 없다는 사실이다.

날씨가 조금만 더우면 악취를 풍기는 바로 그 악몽같은 계단이 없고 

나무도 잘 다듬어진 계단이 깔끔하게 놓여 있었다. 정말 산을 잘 돌보는 홍천시다.

함께 한 친구는 이 계단에 이르러 주저 앉았다.

지금껏 산행하면서 한 번도 무릎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던 친구가 무릎이 아파서 조금도 더 가지 못하겠다고 징징거렸다.

스틱 없이 경사진 낙엽길을 걸었으니 이해할 만도 하다.

이 계단 끝에는...

바로 출렁다리가 있다.

귀인이 알려주신 그대로였다. 계곡 위에는 출렁다리가 놓여 있었다. 

우리가 걸었던 길은 오렌지색으로 표시된 길이고, 

녹색길은 존재하지 않았다. 

혹시 약수봉 산행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너무 이 지도판에 구애받을 필요 없다.

한 길이니 말이다. 그냥 걸으면 된다.

계단을 내려오면 이런 표지판이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지 않고 오른편으로 걸어도 수타사로 향하고

출렁다리를 건너 오른편으로 걸어도 수타사로 향한다.

귕소의 출렁다리에 대한 안내문이 있다. 

2012년에 만들어졌으니 그리 오래된 다리는 아니다.

천천히 출렁다리를 지나갔다. 

다리 아래로는 이렇게 물이 흘렀다. 

여름이라면 물이 좀더 많이 있을테지...

친구 아버지는 바로 이 계곡에서 사진을 찍었었다.

수타사부터 들러서 이 계곡으로 오신 모양이었다.

날씨가 좋았을 때 오셨으니, 계곡물을 즐기셨던가 보다.

출렁다리를 지나니 산소길 안내판이 나온다. 

원래는 이 길만 걸으려 했건만...

길은 남녀노소가 부담없이 설렁거리면서 걸을 수 있도록 잘 다듬어져 있었다.

계곡쪽으로는 이렇게 밧줄을 묶어서 위험하지도 않았다.

오른편으로 계곡이 보인다.

마침내 나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안내판이 나왔다.

'귕소'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그렇구나... 속이 시원하다.

산소길을 즐기며 천천히 걸었다. 

아직도 붉은 단풍이 조금 남아 있었다. 조금 일찍 앞더라면 단풍을 즐길 수 있었겠지만...

늦가을, 초겨울 산의 풍경도 아름답긴 하다. 

마침내 수타사 생태숲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했다. 

대개는 수타사를 들르고 생태숲에서 산소길을 향해 걷는 식으로 하는가 보다.

나는 산소길이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때까지 나는 산소길이 무덤옆으로 나 있는 길이라고 내내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하니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까?

산소 옆 길이라서 고즈넉하고 조용한 길일 수 있겠다는 생각.

표지판 곁에 안전수칙을 알리는 안내문도 있다. 

가급적 혼자 걷지 말라서 안내도 중요한 것 같다. 정말 사람구경하기 힘든 길이었으니...

그리고 길을 잘못 들었다 판단되면 빨리 돌아서라는 안내도 중요하다. 

나는 잘못된 길에 들어섬음에도 빨리 판단하지 못해 더 걷는 덕분에 수고를 더 해야 했다.ㅠㅠ


이제 수타사 생태숲을 구경할 차례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