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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산 산행(2월중순), 겨울의 끝자락

나들이예찬/그 산길을 따라

by 산삐아노 2017. 3. 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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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을 이용한 소요산 등산을 위해 1호선 전철역 소요산역에서 내렸다. 

찻길을 건너가면 소요산 등산로를 알리는 화살표가 보이는데, 

아마도 식당에서 그 화살표를 만들어 놓은 것이리라. 

굳이 그 길로 가지 않고 조금 더 큰 길로 올라가도 상관 없다.

아무튼 식당가를 지나가면 플라타너스가 보인다.

왼편으로는 넓은 주차장이 있다.

버즘 나무 플라타너스는 아직도 겨울을 견디고 있다.

가을에 단풍구경으로 유명한 산 소요산인 만큼 단풍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대단하다.

왼쪽 길이 바로 건강오행로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1000원), 자재암 일주문을 지나 계속 걸었다.

2월 중순이었지만 아직 눈이 채 녹질 않았다.

이 눈을 보면서 산에는 눈이 엄청 많이 있으리라는 것 정도는 예상했어야 했는데...

그냥 눈을 보고 반가워만했다.

자재암과 관련한 내용은 여기서 생략한다.

따로 자재암 포스팅을 2편으로 나누어 했으니 그 포스트를 참고하시길 바란다.

등산코스에 대한 표지판을 살펴보고 하백운대, 중백운대까지 가고 선녀탕으로 해서 내려올 계획을 세웠다.

아직 산의 형편을 제대로 알지 못한 까닭이다.

이 계획은 곧 무산된다.


첫번째로 만난 이정표. 

이정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자재암에서 50미터를 오르면 나온다.

앞으로 하백운대까지는 600미터. 

산에는 눈이 아직 녹지 못해 군데군데 하얗다.

햇살을 잘 받은 사면은 이렇게 눈이 없고 지난 가을의 낙엽들이 아직 썩지 못한 채 뒹굴고 있다.

멀리 계단이 보인다. 물론 이런 계단은 나쁘지 않다.

산을 오르다 멈춰 서서는 주변을 둘러보면 멀리 눈덮힌 산의 모습이 아름답다.

한겨울의 산 모습은 아니지만 겨울의 흔적을 아직도 품고 있는 2월 산행, 아이젠이 필수임을 알 수 있지만

오랜만에 하는 2월 산행이라 눈을 예상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내가 참으로 싫어하는 계단. 바로 타이어를 잘라 붙인 계단이다.

그나마 기온이 낮을 때는 괜찮다. 조금만 온도가 올라가면 타이어가 햇살을 받아 풍기는 지독한 악취!

그 냄새 때문에 도대체 산행을 하기가 힘들다.

이런 계단이 있는 산은 절대적으로 겨울에 올라야 한다.

낙석주의 표지판.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아서시트를 오를 때 본 이후로 이렇게 낙석주의하라는 표지판이 많은 산 처음이다. 

활엽수들은 아직 시든 잎을 떨어뜨리지 못하고 이렇게 매달고 있고 그 사이 소나무 잎들이  푸르다.

계단이 없는 곳에는 이렇게 끈이 묶여 있어 비탈진 사면을 걷기가 나쁘지는 않다.

소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소요산은 소나무가 유명한 산이다.

계단, 계단, 계단...

자재암에서 하백운대에 이르는 길은 이렇게 계단이 많다.

예전 계단이 없던 시절에는 아마도 비탈진 사면에 로프가 매달려 있었을 것이다.

나름 가파른 길이다.

한 할아버지가 계단을 내려오고 계신다. 

이렇게 계단이 많은 길로 왜 하산하는지 궁금했다.

그 이유는 나중에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 나름 현명한 선택을 하신 거였다.

또 낙석주의하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그리고 로프. 정말 가파르다.

소요산의 아름다운 소나무가 보이는 걸 보니 하백운대가 가까웠다.

다시 계단! 만든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계단이다. 

소나무들이 마치 보초를 서고 있듯 계단 주변에 자리잡았다.

소나무, 정말 멋지다.

다시 낙석주의 구간!

이토록 계단이 많은 등산로에서는 한 번씩 멈춰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서 숨을 돌릴 필요가 있다.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을까?

아직 새 말고는 다른 동물은 보지 못했다.

무사히 하백운대 도착! 중백운대까지는 400미터를 더 가야 한다고 이정표가 알려준다.

자재암에서 하백운대까지는 낙석을 주의해 가며 무수한 계단과 로프 비탈길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하백운대에서 중백운대까지는 길이 그리 비탈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시습도 이 산을 다녀갔구나.

나는 그처럼 시를 짓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감탄사를 연발하며 걸었다. 

눈 덮힌 산과 소나무가 어우리진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하백운대에서 중백운대로 가는 길은 정말 눈으로 덮혔다. 윽.

완전 겨울산 느낌.

멀리 보이는 산도 눈에 덮혀 있고.

가는 길이 눈, 눈이로구나. 아이젠을 안 챙긴 실수가 그래도 이 길에서는 그리 유감스럽지는 않았다.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소나무 감상, 산 감상, 걸음을 자꾸 멈춘다. 사진도 찍고.

소나무의 자태가 대단하네. 소요산 관리에서 소나무 관리는 정말 중요한 일일 듯싶다.

눈이 녹고 있는 2월의 산, 산의 형태가 보이는 것이 독특한 멋이 있다.

소요산을 2월에 찾는 사람들은 소나무 감탄, 눈덮힌 산 모습에 감탄하는 시간을 따로 계산해둬야 할 것이다.

마침내 중백운대!

하백운대에서 중백운대를 오는 길은 그 풍경이 더욱 멋지다. 

원래 예정했던 대로 선녀탕으로 하산하리라 마음 먹는다.

눈길이 조금 녹아서 미끄럽다. 조심조심 걸었다.

눈 앞의 소나무가 너무 멋있어 사진에 담고 싶었는데 담아보니 그 실제 감동을 못 느끼겠다. 아쉽다.

소요산 소나무는 나이가 제법 들어 그 풍채가 멋지다. 위풍당당.

소요산의 독특한 느낌의 바위가 나타나기 시작.

칼질을 한 것처럼 잘린 듯한 느낌의 바위. 수리산의 칼바위가 떠오르지만 그 칼바위처럼 위태롭지 않다.

오히려 큰 덩어리로 갈라져 안전한 느낌.

바위가 아름다워서 한 컷!

역시나 멈춰서 주변 산세도 보고 소나무도 보고.

활엽수와 바위의 어우러진 모습도 멋지다.

가을에 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다.

다시 이정표 등장. 하지만 상백운대까지는 300미터가 남았다. 

덕일봉으로 가는 방향을 알리기 위한 이정표인 듯.

50미터 즈음 걸어가면 선녀탕으로 하산하는 이정표가 나온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여기서 하산해야 했다. 

하지만 선녀탕 하산길이 위험함을 알리는 표지판 때문에 포기하고 상백운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계획 변경.

선녀탕으로 내려와 짧은 산행을 하려는 원래 계획을 포기했으니 좀더 긴 산행을 해야 한다.

눈길은 계속 이어지고. 등산객도 거의 없다.

할아버지가 왜 계단길로 하산하셨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선녀탕에서 하산할 수 없으니 더 가지 못한다면 되돌아가서 하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ㅠㅠ

결국 계획하지 않았던 상백운대에 도착.  

이제 상백운대에서 칼바위를 향해 갈 수밖에 없다. 눈길은 계속되고...

바위가 아름답지는 않지만 뭔가 칼바위를 예고하는 모습이다.

바위들 사이사이 자리잡은 소나무가 아름답다.

바위와 어우러진 소나무가 더 멋져 보인다.

앗 칼바위체험을 완벽하게 하긴 어렵게 되었다. 우회하라는 표지판 등장.

알고보니 칼바위는 편마암 바위를 뜻한다고. 

본격 칼바위를 즐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덜 위험한 칼바위는 조금 즐길 수 있었다.

다시 아래로 하산할 수 있는 길이 나온다.

칼바위를 지나 조금 더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그 길로 절대적으로 하산해야 한다.

바위가 기묘하게 생긴 것이 나름 아름답긴 하다. 

이 바위위를 걷고 있는데 한 등산객이 지나가면서 아이젠도 없이 등산하는 나를 보고 안타까워한다.

갈림길로 내려가기에 앞서 이 의자같은 바위에 앉아 간식도 먹고 쉬었다.

나는 곧 시작될 갈림길에서 나를 기다리는 운명을 아직 알지 못했다.

800미터만 내려가면 된다. 얼마되지 않는 길로 여겨지지만...

완전 눈길. 비탈진 눈길. 아이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길.

하지만 아이젠은 없고 스틱에 의지해서 조심조심 갈 수밖에.

이제 이런 눈비탈길, 끝이 없을 것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 

다행히 중간에 한 번 넘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왼쪽 무릎이 바위에 부딪쳐서 7일을 고생했다.

자재암까지 700미터라는 이정표가 너무나 반갑다.

물이 완전히 얼음이다.

눈비탈길이 끝이 나니 이런 길 정도는 식은 죽 먹기.

이 정도 계단쯤이야...

여름이라면 여기에 물이 흐르겠지. 자재암까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130미터라!

처음 이정표로 다시 돌아왔다. 야호!

이후 난 거침없이 하산했다. 자재암을 거쳐 일주문을 지나 상가거리를 거쳐 소요산역까지.

주변 풍경에 취해, 소나무에 홀려, 사진찍느라, 눈길에서 주춤거리느라 정말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덕분에 2시간 반 거리라고 했지만 4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2월의 소요산 등산, 좋았다!

하산해서는 주변 온천을 들러 목욕을 하고 피로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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