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을 가 본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사실 이태원에 대한 내 기억이라고 하면 동생이 가방을 구매한 가방집 밖에 없다.

그것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쯤 되면 그냥 '이태원에 대한 기억은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실 이태원에 굳이 갈 일도 없다.

이번에 이태원에 가게 된 것은 아는 화가의 그림을 보기로 한 약속 때문이었다.

 

그림을 보고 난 후, 그 화가가 이태원의 앤틱 거리를 걸어보라, 해서 길을 따라 한 번 걸어보았다.  

그러다가 찻길도 건너게 되고 마침 다리도 아픈 데, 벤치가 보였다.

그 벤치에 앉아서 쉬다가 보니 그곳이 카페의 입구였다.

'Cote Jardin'이라는 불어 이름이 붙은 카페는 비스트로(선술집)이기도 하다고 입구의 간판에 적혀 있었다.

카페겸 비스트로라... 프랑스에서는 흔한 일인데...

 

좁은 입구를 들어가니 뜰이 나왔다.

뜰이라기 보다는 사실 건물과 건물 사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다만 커다랗게 자란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줘서 뜰 같은 느낌을 주었다.

카페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뜰의 탁자에 자리를 잡고 하늘을 올려보니 푸르다.

나뭇잎들이 하늘을 가려줘서 그늘 덕분에 편안하다. 

카페 건물은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이었다.

건물의 건축양식이 낯설다. 뭔가 아슬아슬하게 층이 쌓여 있는 느낌!

건물 때문에 더 낯선 곳에 와 있는 인상이 들었다.

담벼락에는 작은 정원이 붙어 있었는데, 그곳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은은한 불빛과 빈 낡은 새장들이었다.

새장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는데... 아마도 앤틱거리의 가게에서 사온 것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새장도 카페 건물 만큼이나 오래되고 낯선 꼴을 하고 있었다.

의자나 탁자도 모두 값비싸보이지 않지만 오래되어 보이는 것들.

우리나라 카페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잠시 이 땅을 떠난 듯한 착각에 빠졌다.

주문을 받으러 온 프랑스 청년이 한국말을 하기 전까지는.

 

언제 다시 이곳을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 곳을 한국 속 프랑스로 내내 기억하게 될 것 같다.

Au revoir!

 

이제 나는 이태원을 생각하면 이 카페, 'Cote Jrdin(모퉁이 정원)'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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