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완두콩을 애도하며

사노라면

by 산삐아노 2016. 6. 20. 11:17

본문

사노라면...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은 흔하다.

5월 12일에 동생네 집에 놀러갔을 때, 싹이 나오기 시작하는 완두콩 6알을 얻어왔다.

이 완두콩을 키워서 완두콩밥을 지어먹어야겠다고 야심찬 결심을 하고.

 

집에 와서 완두콩을 흙에다 심고 완두콩이 싹을 내밀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이틀 후.

생각보다 빨리 자라는 것 같아 조금 흥분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집에 온지 열흘째 되던 날.

완두콩은 잎을 제법 달기 시작했다.

이후 완두콩을 쑥쑥 자랐다. 조금 과장하면 재크의 콩나무처럼. 

 

그런데 왜 이 날 이후 사진을 찍지 않을 걸까?

설마... 하면서 사진들을 뒤적여 보았지만 이후의 완두콩 사진이 없다.ㅠㅠ

 

완두콩에게 비타민도 주고, 힘내라고 이것저것을 줘가면 나름 애써 키웠다.

하지만 지난 주부터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어제는 완전히 지쳐 쓰러져 있었다.

시들어가는 모습이 완연했다.

난 완두콩을 포기하고 뽑아서 거름통에 넣어버렸다.

40일만에 완두콩키우기는 끝이 났다.

완두콩밥을 해먹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어렸을 때 고구마를 키었던 것이 떠올랐다.

고구마 한 알을 싹을 틔워 키우면서 고구마 한 가마니 수확을 꿈꾸었지만

결국 고구마는 달랑 4알인가, 5알인가, 6알인가... 가물가물...

그것도 아주 조그마한 고구마들.

그때가 중학교때였으니까 오래 전의 일이다.

 

그런데 인생은 어찌 반복되는 걸까?

이번 완두콩의 결실은 그보다도 못하다.

 

그때는 땅에다 고구마를 심어 키웠으니 그 정도라도 되었지만

화분에서 완두콩을 키워서 그만 못한 결과가 나왔나?

 

완두콩밥은 완두콩을 사서 먹기로 하자...

한 달 넘는 시간동안 완두콩을 키우며 기대하고 돌보았던 일로 만족하기로 하자...

애초에 계획이 너무 욕심이 과하고 무모했던 것도 같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