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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예쁘다], 치유 공간이 된 성소수자 클럽

볼영화는많다/성적 다양성

by 산삐아노 2020. 4. 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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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채널에서 우연히 흥미로운 영화를 발견하면 심봤다!라는 느낌이 있다. 

[아빠는 예쁘다(2017)]가 바로 그런 영화다. 

감독 박수민도, 배우 백서빈도 모두 신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스토리가 신선하다. 

이 영화는 사실 가족영화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존재감 없는 덕재.

직장에서는 뛰어날 것도 없는 만년과장이고, 가정에서는 아내, 딸과 제대로 마음, 시간을 나누고 있지 못하다. 

덕재가 아들타령을 하면서 딸은 오히려 아들이 되고 싶은 욕망으로 여성으로서의 자긍심 없는 성인으로 성장했다. 

영화 속의 이런 딸은 의도적으로 여성성을 배제한, 칙칙한 색깔의 옷만을 고집하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아버지 덕재와 딸 정아는 우연히 클럽 하와이와 연결된다. 

클럽 하와이는 성소수자들이 모여 즐기는 공간이다. 

덕재는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클럽 하와이에 들렀다가 클럽 매니저 승준의 제안을 받아들여 여장을 하게 되고

메이크업이 직업인 딸은 승준의 여장 메이크업을 돕는 임시 일거리를 얻는다. 

영화 속에 표현된 클럽 하와이에 모여든 사람들은 남성동성애자만이 아니라 승준처럼 트랜스젠더도 있고, 남편이 트라베스티인 이성애자부부도 있다. 단순히 여장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 사실 성소수자의 결이 다양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 영화의 장점이라면 성소수자들을 흔히 하듯 희화화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도 성다수자에 속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인물이다.

가족에서 회사에서 제대로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소외되어 있던 덕재는 클럽 하와이에 와서 의도치않게 여장을 하게 되면서

클럽 하와이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고 신뢰를 쌓으며 우정을 나눈다.  

그리고 여장 콘테스트조차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을 표현하는 대회로 그렸다는 점이 신선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은 트랜스젠더처럼 자신이 되고 싶은 여성일 수도 있지만 

호감을 느끼는 가상의 캐릭터일 수도 있고, 

덕재처럼 자기 가족을 구성하는 아내나 딸일 수도 있다. 

덕재는 클럽 하와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나가면서 자신의 아내와 딸를 돌아보고 그 관계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아내와 딸이 자신에게 무관심했던 것만큼 자신이 얼마나 아내와 딸에 무관심했는지를 깨닫는다. 

영화에서 덕재는 딸의 옷을 입고 딸의 모습으로 여장을 하고 아내의 옷을 입고 아내의 모습으로 여장을 하면서 

딸과 아내란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덕재의 여장은 과장된 여성성을 구현하는 흔한 여장과는 다르다. 

마치 심리요법처럼 타인이 되어 보는 역할극과 닮았다. 

이 역할극을 통해서 덕재는 딸과 아내와 소통의 문을 연다. 

클럽 하와이는 치유의 장소다. 

덕재가 보통의 사람들과 나누지 못했던 마음을 클럽 하와이 사람들과 나누면서 조금씩 삶의 활기와 즐거움을 찾아나간다.

여장은 덕재의 소소한 취미가 되고 우정을 나누는 방식이 되고

아내와 딸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통로가 된다.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성소수자들을 통해서 오히려 병든 가족간의 관계가 치유, 복원되는 아이러니. 

성소수자 클럽 '클럽 하와이'는 나를 되찾고 가족관계를 회복시키는 치유공간이 된다. 

참으로 흥미로운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이 영화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내 가족을 돌아보고 또 성소수자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아... 그리고 여장한 멋진 매니저로 거듭난 배우 백서진이 백윤식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주목받는 연기자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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