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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따뜻한 색, 블루] 아델의 자유롭고 뜨거운 사랑

볼영화는많다/성적 다양성

by 산삐아노 2020. 9. 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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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따뜻한 색, 블루]라는 제법 긴 제목은 순전히 우리나라에서 붙인 것으로 원래는 '아델의 삶'이라는 단순한 제목이다. 

주인공이 아델이라는 여성이고, 영화는 청소년 아델에서부터 20대 초반의 아델까지를 담고 있다. 

아델 역을 맡은 배우의 진짜 이름도 아델(Adèle)이다. 그런데 성이 너무 길다. 에그자르코풀로스(Exarchopoulos).

성이 특이해서 어디 출신 배우인지 궁금했다. 물론 프랑스 영화이니까 프랑스 배우이겠지만 출신이 어디인지...

그래서 찾아보니까 예상했던 대로 그리스출신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아버지가 그리스계 프랑스인이고 어머니는 프랑스인. 

아델은 2013년에 이 영화에 출연했는데 1993년생이니까, 만 20세가 되기 직전. 

토끼 이빨이 귀여운, 순진해보이면서도 매력적인 배우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2014년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 극찬을 받았었다. 그래서 보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했었다. 

벌써 6년 전 영화네.

아델의 중요한 상대역인 엠마는 레아 세이두(Léa Seydoux)가 맡았다. 역시나 독특한 매력이 있는, 아주 예쁘지는 않고, 차가운 느낌이 드는 배우다. 얼마 전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젝트]에서 초입부에 냉정한 테러리스트역으로 나왔었는데, 그 느낌이 아주 강렬했었다.

레아 세이두의 이빨은 프랑스에서 행운을 불러다 준다는 바로 그 이빨. 앞니 중간이 벌어져 있다. 

영화 속에서 파란 머리를 하고 나오는데, 정말 잘 어울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엠마의 파란 머리로 시작해서 아델의 파란 원피스로 끝나는 이 영화의 제목을 파랑과 연관지어 짓고 싶었나 보다. 

파란색이 영화 속에서 강렬하긴 하다. 

아델이 사랑하고 이별하고, 꿈꾸고 저항하고, 친구들이랑 우정을 나누고 직업적인 일을 찾아가는 전체적인 줄거리를 보면 '아델의 삶'이라는 제목이 적당하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아델의 삶 중에서도 사랑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아델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1년 선배인 남학생 토마랑 데이트도 하고 섹스도 하면서 자기 마음을 들여다 본다.그런데 아델은 자신이 토마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번에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학생과 키스를 나누면서 자신의 성적 취향을 알아본다. 하지만 그 여학생은 아델과 깊은 관계를 원치 않았다. 결국 우연히 길에서 지나쳤던 파란 머리 대학생인 엠마를 레즈비언 클럽에서 만나 연인이 되고 예술가인 엠마와의 관계에서 외로움을 느껴 다른 남성과도 가벼운 관계를 맺다가 엠마와의 사랑은 파국을 맞는다. 아델과 헤어진 엠마는 한부모인 리즈와 연인이 되고, 아델은 엠마와 다시 한 번도 관계회복을 시도하지만 더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아델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이루어진 사랑의 시도들은 무척 자유분방하다. 확실히 우리나라와는 문화적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청소년의 섹스가 특별한 일이 아니며, 사랑의 대상이 동성이건 이성이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프랑스 사회도 기본적으로 보수적이지만 아델은 그 속에서도 자신의 사랑에 솔직하고 자유롭다. 

이 영화의 도입부 문학수업에서 길가다 지나친 사람에 매혹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는 마치 복선같다. 

아델은 토마를 만나러 가는 길에 횡단보도 건너편에 서 있던 파란 머리 여자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다. 

길가다 지나치는 모르는 사람에 대한 매혹을 이야기했던 프랑스 시가 있었는데... 잊어버렸다. 아쉽게도...

사랑의 매혹은 상대를 잘 알지 못해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능하기에 그 사랑이 끝이 나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싶다. 

아무튼 도입부가 흥미롭다.

아델은 알지도 못한 엠마에게 매혹되어 결국 사랑에 빠지고 이별한다. 

영화의 가장 주된 이야기는 아델과 엠마의 사랑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영화 속 카메라는 사람들을 클로즈업으로 잡는다. 장면 대부분이 사람의 클로즈업이다. 

클로즈업 된 장면들이 아름답다. 

아델은 정지된 화면이 단정한 데 반해 엠마 역의 레아 세이두의 정지된 화면 포착이 쉽지 않았다.

엠마는 계속해서 표정을 바꾸고 움직이는 것 같다. 

예쁘지 않아도 파란 머리와 푸른 눈이 레아 세이두라는 배우의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는 것 같다. 

감독의 배우 선택이 이 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데 한 몫 한것 같다. 

영화는 무려 세 시간! 보는 동안 그리 긴지 모르고 보았는데, 알고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좀 놀랐다. 

세 시간짜리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이 영화를 다시 볼 수도 있었는데, 두 번 볼 엄두는 나질 않았다. 

왜 마지막 부분에서 아델은 파란 원피스를 입은 걸까? 

파란 머리의 엠마에 대한 사랑을 마음에 담았다는 뜻일까?

리즈와 살면서 전시회를 연 엠마는 이미 파란색에서 붉은 색으로 색깔에 대한 관심이 달라져 있다. 

엠마에게 아델은 이미 지나간 연인이다. 하지만 아델의 마음 속에 엠마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만 같다. 

섞이지 못하고 배회하다가 전시회장을 나서는 아델의 뒷모습이 쓸쓸하다. 

하지만 아델은 이제 새로운 사람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그 사람이 여자일 수도 아니면 남자일 수도 있겠지만 엠마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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