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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아무도 모른다], 아동방치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볼영화는많다/감독

by 산삐아노 2021. 7. 1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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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날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지내기로 결정하고, 이번에는 [아무도 모른다(2004)]를 선택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1988년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스가모 아동방치사건'을 소재로 쓰여졌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실화 그대로는 아니다. 

영화는 장남 아키라와 동네 누나가 함께 '트렁크'를 들고 모노레일을 타고 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트렁크는 이 영화의 중요한 소재다. 트렁크에서 시작해서 트렁크로 끝난다고 할까?

장남 아키라(스가모 사건에서 장남은 15살이었지만 영화 속에서는 12살, 초등학교 6학년에 해당되는 나이)역을 맡은 야기라 유야의 연기는 참으로 강렬하다. 아마 이 영화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동의하는 대목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어린 소년은 칸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거머졌다. 

플롤로그가 지나가고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되면서 다시 트렁크가 나온다.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엄마는 두 아이들을 트렁크에 넣고, 한 아이는  밖에서 기다리게 한 채 아이는 장남 하나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이사를 온다. 

영화 속에서는 아이들의 분명한 나이는 나오지 않지만 12살, 10살, 7살, 5살 정도의 아이들이 아닐까 싶다. 

장남, 차녀, 둘째 아들, 그리고 막내딸. 즉 2남 2녀.

실제 사건 속에서는 차남은 태어나서 얼마되지 않아 죽었지만 엄마는 아이를 묻지 않고 그대로 집안에 방치해서 백골사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장녀는 7살, 차녀는 3살, 막내딸은 2살이었다고. 1남 3녀가 엄마 없이 방치되었었다. 

이삿짐센터직원들이 떠나기 전까지 아이들이 트렁크에 갇힌 채 있어야했다니... 이미 엽기적이다. 

젊은 엄마는 각각 아버지가 다른 아이 넷을 키우면서 계속해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집을 한동안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고를 반복한다. 

크리스마스에 돌아오겠다는 엄마를 기다리면서 장남이 장을 보고 식사를 준비하고 공과금을 챙긴다. 차녀는 빨래를 한다. 

장남을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니 이웃에게 그 모습을 들키면 안 되니까 집 밖을 나가보지도 못하고 집안에서만 머문다. 

크리스마스가 되서도 돌아오겠다는 엄마는 오지 않고 시간은 계속 흐르고 엄마가 준 돈도 거의 다 떨어지고 아이들은 점차 거지꼴이 되어가고 집안은 쓰레기장으로 변한다. 수도도 전기도 가스도 모두 끊기니까 장남은 공원에서 물을 길러 오고 편의점에서 팔 수 없는 음식들을 얻어오고 차녀는 공원에서 간단한 빨래를 한다. 그러면서도 엄마가 오길 기다린다. 하지만 엄마는 오질 않는다.   

이 장면은 막내딸이 '아폴로초코'라는 과자를 아껴먹다가 마지막 하나를 털어먹는 장면이다. 

마음아픈 장면. 

영화가 끝나고 '황영혜'이라는 한국이름이 나와서 좀 어리둥절했다. 

황영혜는 학교를 가지 않고 배회하는 이웃집 누나 사키를 연기한 칸 하나에.

재일교포배우란다.  

거의 끝장면에 다시 사키와 아키라가 트렁크를 끌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또 트렁크 등장. 

제목 '아무도 모른다'가 얘기하듯 아이들 넷이 엄마 없이 겨우겨우 생존해나가는 상황 속에서도 이웃주민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 얼마나 주변에 무관심한가를 보여준다. 영화 속의 장남은 불량청소년들과 잠깐 탈선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의젓하고 동생들을 나름 성실하게 돌보려고 노력하는 인물로 나오지만 실제 사건의 장남은 더 나이도 많지만 실제사건 속에서 더 어린 여동생들을 제대로 챙기지 않고 게임에 빠져 지냈다고 한다. 실제 사건이 영화 스토리보다 더 비극적이다.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이들은 거리를 걷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도 너무 마음이 무거웠다. 이 비극적이고 무거운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진, 아니 더 비극적인 사건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경악스럽다. 

영화가 무려 2시간 20분동안 이어졌지만 지루할 틈은 없었다. 오히려 가슴이 답답했고 보는 내내 긴장했다. 

과연 이런 일이 우리 아파트에서 벌어진다면 나도 그 사건의 이웃들처럼 알아채지 못할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무튼 대단히 잘 만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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