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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태풍이 지나가고], "누구나 꿈꾸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볼영화는많다/감독

by 산삐아노 2021. 7. 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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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날, 게다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날이 증가하는 요즘, 거의 두문불출하고 집안에서 갇혀 지내면서 될수록이면 빈둥거리면서 오후에는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을 섭렵하기로 했다. 

이번에 본 영화는 [태풍이 지나가고(2016)].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일본연립아파트단지는 실제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9살부터 28살까지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거의 20년 가까이 살던 곳이라면 특별한 애정이 담겨 있을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홀로 남게 된 연립아파트를 방문했을 때 감독은 언젠가 그곳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결심을 했다고 한다. 

 

감독은 애초에 료타역에는 아베 히로시, 

료타 어머니 역에는 키키 기린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이번 영화의 키키 기린 연기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할머니를 그대로 표현해주었다 싶다. 

극 중 료타를 빌어서 전하는 메시지, 즉 "누구나 자신이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료타는 무능한 아버지가 싫어서 공무원이 되고 싶었지만 소설가가 된다. 

하지만 소설로는 밥벌이를 하기 힘들어 사설탐정일을 겸한다. 그래도 여전히 살기가 힘들다. 아이의 양육비도 주기 힘들 정도로. 

그래서 경륜에 돈을 걸어보고 복권을 사고 빠찡고를 한다. 

결국에는 전당포에 물건을 잡히고 누나에게 돈을 빌리러 간다. 

무능한 남편과 이혼을 선택하고 돌을 벌며 아이를 키우는 료타의 전 아내는 사랑하지 않더라도 돈을 잘 버는 남자와 연애를 하며 결혼하려 한다. 

이번 영화에도 릴리 프랭키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그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재미있다. 

이번에는 흥신소 사장역을 맡았다. 그렇게 비중 있는 역은 아니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매번 함께 일하는 것으로 보아 좋아하는 배우인가 보다. 

감독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 꿈꾸던 어른이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그럼에도 현재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풀어나감에 있어 자신의 기억 속에서 디테일을 끌어왔다고 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 역시도 가족 이야기라고 보았다. 아이를 사이에 둔 이혼한 부부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부자지간에 대한 이야기.

료타와 아버지의 관계는 료타와 자신의 아들과의 관계로 거울처럼 반사된다.

자신이 싫어하는 척 했던 아버지지만 사실은 사랑하고 있었고 아버지 역시 아들을 자랑스러워했다.

비록 료타의 아들 싱고는 료타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료타는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듯이. 

태풍이 몰아치던 날, 헤어져 지내던 할머니,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다시 옛날처럼 함께 하던 순간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태풍이 지나가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하지만 뭔가 작은 변화가 각자의 마음 속에 꿈틀거린다.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사는 이야기, 가족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는다. 

나는 어린 시절 어떤 꿈을 꾸었던가? 잠시 생각해 보았다. 나도 내가 꿈꾸던 어른이 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지금 현재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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