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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EX] 아버지는 왜 동성애인에게 보험금을 물려주고 죽었을까?

볼영화는많다/성적 다양성

by 산삐아노 2022. 4. 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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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영화 [나의 EX]는 2018년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연되었다. 

대만 영화는 내게 무척 낯설지만 이 영화를 보니까 대만영화도 충분히 흥미롭구나, 싶었다. 

 

영화는 10대 소년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소년의 아버지가 죽었는데, 죽은 아버지는 보험금을 아내에게도 유일한 자식인 소년에게도 물려주지 않고 자신의 애인에게 물려주었다. 

그런데 그 애인이 남자! 

참으로 황당스러운 상황설정.

소년의 어머니는 그 보험금을 불륜남이 타먹지 못하도록 사망진단서를 떼주지 않기로 하고, 남편의 애인을 찾아가 보험금은 자기 아들을 위한 교육비로 쓰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년은 자신의 삶을 한탄하는 어머니도 지긋지긋하고, 아버지의 애인이 나쁜 놈일 거라 생각하며 아버지 애인 집에 눌러 앉아 그 애인을 지켜보고 따라다닌다. 소위 불륜남은 모자에게 이래저래 시달린다.

이 즈음 되면 막장 코미디 같다. 

하지만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이 상황이 절대 코미디스럽지 않다. 

왜 소년의 아버지가 자신의 애인에게 보험금을 남길 수밖에 없는 진지한 이유가 드러난다. 

 

나는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소년의 아버지가 가장 이기적인 존재다 싶었다. 

소년의 아버지로 인해 그 남자의 애인도, 아내도, 자식도 모두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까. 

남편의 뒤늦은 고백에 뒤통수를 맞는 아내, 참으로 불쌍한 존재다.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간 사람을 다시 받아주며 죽음 직전까지 돌본 애인의 순정이 참으로 눈물겹다. 바람난 남편을 기다리며 다 늙어 병들어 돌아온 남편을 받아들이고 죽을 때까지 보살펴 주는 아내의 이야기는 흔하지만 결혼관계에 있지도 않은 동성애인이 자신을 배신했다가 뒤늦게 되돌아왔음에도 기꺼이 받아주는 이야기는 너무 비현실적이라고나 할까. 

물론 소년의 아버지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평범한 이성애자인 것처럼 가정을 꾸리며 거짓된 삶을 사는 데는 동성애 혐오의 사회적 시선도 한 몫했으리라. 

 

이 영화가 비록 코미디로 분류되어 있지만 결코 쉽게 웃기 어렵다. 

아무튼 잘 만든 영화다.

이야기의 퍼즐이 뒤로 전개되면서 맞춰지는 것이 마치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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