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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우지

사노라면

by 산삐아노 2020. 7. 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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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희소해서 사랑받는다.

 

새벽 5시 반경. 일찌감치 하천가로 나가보았다.

조금 걷는데, 다리위 가로등 위에 가마우지가 앉아 있다. 

가마우지는 흔히 겨울철새인데, 우리 동네 하천가에는 텃새처럼 살고 있는 가마우지 한 마리가 있다. 

그 전에는 두 마리가 있었는데, 한 마리는 멀리 떠난 것일까? 아니면 죽은 것일까?

요즘은 한 마리만이 하천가를 지키고 있다. 

이 가마우지는 다른 새들과 달리 하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있곤 한다.

주로 설치예술품 기둥에 앉아 있는데, 오늘 새벽처럼 가로등에 앉아 있는 것은 처음 본다.  

겨울철새 출신이니 더운 여름날 깃털은 보온점퍼처럼 무더워서 괴로울 것 같다. 

하지만 이 가마우지는 멀리 힘들게 이동하는 것보다 차라리 더운 여름을 견디는 쪽을 선택한 모양이다. 

한 낮에 뜨거운 햇살 아래 높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고행을 하는 걸까?

아니면 유전자변이로 특별히 얇은 깃털을 가진 가마우지로 태어나서 견딜 만한 걸까?

궁금증이 생겨난다. 

어떤 곳에서는 가마우지떼로 나무가 고사하고 오염되어 원성의 대상이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가마우지가 한 마리뿐이다 보니 오히려 애정의 대상이 되었다. 

하천가를 걷다 하늘을 바라보다 높이 자리잡고 하늘을 쳐다보는 가마우지를 발견하면 기분이 좋다. 

가마우지가 하천 위를 날거나 하천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 반갑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자리를 잘 선택해야 한다. 

이 가마우지는 삶의 터전을 잘 선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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