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서늘한 유년의 기억, 에쿠니 가오리의 <수박향기>
눅눅하고 후덥지끈한 여름날, 에쿠니 가오리의 를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서늘해져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 "덥다." 창밖을 보면서 M이 말했다. "여름은 참 싫더라. 싫었던 일만 떠오르고." "초등학교 때 일 같은 거?" 나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해보았다. "뭐 그렇기도 하고." 저물어가는 햇살에 눈을 찌푸리며 M은 아득한 표정을 짓는다. ('그림자' 중에서) 각각의 단편소설은 무더운 여름날, 초등학생인 '내'가 만났던 사람, 겪었던 일에 대한 불편한 기억,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아 가슴 깊숙이 담아놓았던 기억을 풀어놓은 것 같다. '수박향기'에서 '나'는 아홉살 여름방학을 숙모집에서 보내게 된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숙모의 돈을 훔쳐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해가..
즐거운책벌레/소설
2014. 8. 4.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