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는 목소리와 독특한 발성법, 어투가 개성있어 좋다.
나는 그가 성우에서 영화배우로 어떻게 성공하게 되었을까? 궁금했었다.
알고 보니, 그는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이고,
90년 kbs성우 공채로 시작했지만 다음해 탤런트 공채로 입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우보다는 원래 연기자 인생이라고 봐야 맞다.
하지만 성우로 뽑힐 만큼 목소리가 좋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가 출연한 영화로 최근 <상의원>을 보았다.
이 영화에서 돌석(한석규)은 어린 시절부터 바느질을 열심히 해서
바느질하는 사람으로서는 최고의 자리에 이른다.
임금과 중전의 옷을 짓는 사람.
그는 옷의 계급적 룰을 중시하는 다소 답담한 바느질쟁이다.
자수를 비롯해서 바느질 기술은 최고지만
옷에 대한 창의적 감각은 없다.
돌석은 바느질에 있어 천재적 재능을 가진 예술가라기 보다
유능하고 성실한 기술자에 가깝다.
한석규는 바느질 천재를 질투하고 모함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면서
겪는 심리적 고충을 멋지게 연기해서 보여준다.
한석규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그런데 그가 출연한 <이층의 악당>, <백야행>, <주홍글씨>는
영화 시나리오 자체도 별로지만 전체적으로 영화가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가 왜 그런 영화들에 출연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이층의 악당>은 범죄 코미디, <백야행>은 범죄 로맨스, 스릴러물, <주홍글씨>는 로맨스, 스릴러물이라는 점에서
다소 간의 공통점이 있어보인다.
그는 범죄 영화, 로맨스 스릴러물에 출연하고 싶었던 걸까?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들을 보는 데 들인 시간이 아까웠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았던 영화는 <쉬리>와 <8월의 크리스마스>였다.
<쉬리>는 말할 것도 없이 흥미롭게 보았지만
한석규가 출연한 영화로 최고는 <8월의 크리스마스>였다.
아마도 그의 독특하고 부드럽고 나직한 목소리와 잔잔하면서도 슬픈 로맨스물이 잘 어울렸나 보다.
심은하와 한석규라는 배우도 서로 호흡이 잘 맞고 잘 어울렸던던 것 같다.
그리고 <음란서생>은대중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영화였지만 한석규의 연기력만큼 아주 훌륭했다고 본다.
한석규는 이 영화에서
답답할 정도로 공맹의 정신을 쫓으려 하는 유생이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음란소설의 저자가 되고
결국에는 그 일로 인해 갖은 고문과 유배형에까지 처해지게 되는
'윤서'라는 인물을 연기한다.
얼마나 능청스럽게 연기하는지 바로 그 인물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석규의 멋진 연기 덕분에 이 영화도 볼 만하다.
그밖에
영화는 아니지만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한석규는 정말로 돋보였다.
그가 만들어낸 이도라는 인물은 두고두고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세월이 한참이 지났지만 그의 모습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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