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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하늘에 묻는다] 장영실의 희생 덕분에 한글이 살아남았다는 상상

볼영화는많다/시대

by 산삐아노 2020. 4. 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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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를 우려하면서 외출자제를 권고하는 메시지로 소란스러운 일요일, 

결국 하천가 산책을 포기하고 집에서 영화나 보자 싶었다. 

그래서 보게 된 것이 허진호 감독의  [천문: 하늘에 묻는다].

허진호 감독하면,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 로맨스물을 만들어내는 감독 아닌가?

그런 그가 만들어서인지 장영실과 세종의 관계가 신하의 왕에 대한 충성을 넘어 로맨스처럼 보일 지경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장영실은 세종때 과학기술자이다. 물시계, 해시계를 만들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장영실은 왕이 탈 가마제작을 감독하던 중 가마가 부러져서 관직을 잃고 곤장 80대를 맞았다는 기록이 있다. 

곤장 80대를 맞고 장영실이 죽었는지 장애인이 되었는지 몇 살까지 살다가 죽었는지 등에 대한 아무런 기록도 없다. 

아무튼 시대를 잘못 태어난 불운한 과학자였던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기술자를 천대하던 시절에 천민으로 왕의 총애를 얻고 관직까지 얻어 자신의 과학자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장영실의 재능이 뛰어났다는 뜻이리라.

영화에서는 왕이 가마를 타고 가다가 가마의 바퀴가 빠져 사고가 일어나는 것으로 그렸다. 

영화 시작은 가마 사고를 보여주면서다.

그리고 영화는 사고가 나기 4일 전으로 거슬러올라가면 사고가 일어나고 장영실이 국문에 붙여지기까지를 다룬다.

세종이 신하에 휘둘리고 명나라에 휘둘리는 상황 속에서 강력한 왕권을 확립하고 국가적 자립을 꿈꾸었던 인물로 그려진다. 

장영실은 세종의 뜻을 받들어 세종이 뜻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돕고 받들고 마침내 자신의 목숨까지 받치는 희생을 감수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세종이 장영실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곁에 두면서 특별히 총애하고 시간을 나누는 장면은 로맨스 장면과 닮았다. 

끊임없이 왕의 곁에 머물며 그를 기쁘게 하는 데 인생을 거는 장영실, 

왕으로는 장영실을 희생시켜 왕권을 강화해야겠지만 한 인간으로 장영실을 살려주려 하는 세종.

사대부들은 한글을 포기하면 장영실을 사면시키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왕에게 한글 포기를 종용한다. 

한글을 포기하면 장영실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세종은 안다. 

하지만 한글을 지키려면 장영실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양자간의 선택에서 고민하는 왕을 위해 스스로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모습은 지나치다 싶을 지경이다. 

사실 왕은 자신의 왕으로서의 꿈을 접고 장영실을 구해주는 선택을 했다. 

장영실을 아끼는 마음이 왕권을 강화하고 백성들이 글이라는 권력을 쥘 수 있는 길을 열도록 하겠다는 마음을 이긴 것이다. 

영화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장영실의 희생 덕분에 한글이 살아남은 것이다! 

허진호 감독은 장영실의 세종에 대한 충성을 로맨스적 감정으로 그려보고 싶었나 보다. 

물론 직설적이지 않지만 누가 봐도 장영실의 세종에 대한 마음은 세종에 대한 사랑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은 참여한 배우진이다. 

윤제문, 김원해, 임원희가 가마 만드는 기술자로 나온다. 그 밖에 많은 배우들이 이 영화에 포진하고 있어 깨알재미가 있다. 

반면 세종에 한석규가 장영실에 최민식이 연기하는 것은 다소 뻔한 느낌마저 드는데, 모험을 하지 않으려는 제작진의 의도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히려 다른 배우를 참신하게 기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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