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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 1980년대 보통사람에게 소확행은 없다

볼영화는많다/시대

by 산삐아노 2020. 3. 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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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외출도 자제하고 좀 우울해져서인지 해야 할 일이 있는 데도 

집에서 상당시간은 뉴스 특보 보고, 나머지 시간에는 영화, 드라마, 예능프로를 보며 보내고 있다. 

오늘 본 영화는 김봉한 감독의 [보통사람(2017)]이었다. 

80년대를 살았던 보통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실 이런 류의 영화는 보기가 싫다. 보고 나면 기분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역시나 이 영화도 보고 나니까 기분이 나빠졌다. 

80년대 보통사람의 삶을 짓밟았던 권력자들이 오늘도 여전히 권력을 잡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끝냈기 때문이다. 

거의 그럴 것이다. 


영화 속에서의 두 보통사람에게 시선이 간다. 

한 사람은 기자로서 진실을 외면하지 못하고 결국 평범한 욕망을 추구하다가 수렁에 빠진 지인 때문에 고문으로 목숨을 잃는다.

또 한 사람은 형사로 아들의 장애를 고쳐주고 가난을 벗어나고 싶었던 보통사람이었지만 

바로 평범한 욕망을 추구하다가 수렁에 빠져 지인과 부인을 죽음에 몰아넣고

자신은 간첩 누명을 쓰고 30년동안 감옥생활을 하다가 겨우 무죄방면된다. 


80년대는 보통사람들이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며 평범하게 살 수 없었던 시대임을 말한다.

그렇다면 오늘날은 보통사람들이 소확행을 추구하며 살 수 있는 시대일까? 80년대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보통사람의 행복누리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럼에도 오늘날에는 고문으로 없는 죄를 만들 수 있는 시대는 아닐 것이다. 

불현듯 어린시절 기억이 떠오른다.  

형사였던 동창 아버지가 자신이 잔혹한 고문을 해서 나쁜 놈 입을 열게 했음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고 사람들은 별 생각없이 그 이야기를 들었다. 

적어도 지금은 고문해서 입을 열게 했다고 자랑스레 떠벌릴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좀더 상식적인 세상으로 나아갔을 수도 있다. 


보통사람인 형사역에는 손현주, 보통사람인 기자역에는 김상호, 그리고 형사 부인으로 라미란,

안기부의 나쁜 놈 역에는 장혁이 나오는 제법 배역진이 화려한 영화다. 

손현주의 연기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대단하다. 

이 영화 속에서 라미란의 화려한 연기력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청각장애인의 가난한 부인 연기를 잘 소화해냈다고 본다. 


이 영화가 내세운 점은 80년대 공간의 시대 고증을 잘 했다는 것인데, 골목길 가파른 계단길은 정말 80년대 모습 같다. 

그리고 80년대에서 무척 귀한 대접받았던 바나나, 사실 그랬다. 


세월은 흐르는데, 변화는 더뎌서,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혁명을 꿈꾸나 보다. 단숨에 확 바꾸고 싶으니까. 


요즘 같은 날에는 사실 이런 류의 영화가 아니라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보고 싶다. 

오기가미 나오코 류의 영화랄까.

아니면, <뭉쳐야 찬다> 같은 마구 웃고 즐길 수 있는 예능 프로. 

어제 마침내 어쩌다 FC의 승리하는 시합을 보면서 바이러스의 우울을 잠시라도 걷어낼 수 있어 좋았다. 이건 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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