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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술마시지 말라' 당부한 정약용,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즐거운책벌레/에세이

by 산삐아노 2014. 8. 2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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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저자
정약용 지음
출판사
창비 | 2009-10-19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오랜 세월에도 빛바래지 않는 인간 정약용의 가슴 따뜻한 삶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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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때 다산의 대학공의를 읽었던 생각도 나고 해서 펼쳐든 책이었다.

특히 술과 관련한 이야기는 참으로 재미있어 옮겨 본다.

 

 

참으로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

소 물 마시듯 마시는 사람들은 입술이나 혀에는 적시지도 않고 곧장 목구멍에다 탁 털어넣는데 그들이 무슨 맛을 알겠느냐?

술을 마시는 정취는 살짝 취하는 데 있는 것이지,

얼굴빛이 홍당무처럼 붉어지고 구토를 해대고 잠에 곯아떨어져 버린다면 무슨 술을 마시는 정취가 있겠느냐?

요컨대 술 마시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병에 걸리기만 하면 폭사하기 싶다.

주독이 오장육부에 배어들어가 하루아침에 썩어 물크러지면 온 몸이 무너지고 만다.

이것이야말로 크게 두려워할 일이다.

나라를 망하게 하고 가정을 파탄시키거나 흉패한 행동은 모두 술 때문이었기에

옛날에는 뿔이 달린 술잔을 만들어 조금씩 마시게 하였고,

더러 그러한 술잔을 쓰면서도 절주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공자께서는 "뿔 달린 술잔이 뿔 달린 술잔 구실을 못하면 뿔 달린 술잔이라 하겠느냐!"라고 탄식하였다.

너처럼 배우지 못하고 식견이 없는 폐족 집안의 사람이 못된 술주정뱅이라는 이름까지 가진다면 앞으로 어떤 등급의 사람이 되겠느냐?

조심하여 절대로 입에 가까이하지 말거라.

제발 이 천애의 애처로운 아비의 말을 따르도록 해라.

술로 인한 병은 등에서도 나고 뇌에서도 나며 치루가 되기도 하고 황달이 되어 별별 기괴한 병이 발생하니,

한번 병이 나면 백가지 약도 효험이 없다.

너에게 바라고 바라노니 입에서 딱 끊고 마시지 말도록 해라.

('술 마시는 법도', 제 1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이 대목을 읽을 때는

술 때문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토록 술이 좋아서 술독에 빠져살다 결국 술로 인생을 마감한 사람들,

그들은 원 없이 마셨으니 후회없는 인생이라고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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