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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고독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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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삐아노 2016. 10. 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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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스틸 라이프(Still Life, 2013)]는 강렬한 영화다.

영화는 거의 말 없이 진행되고 이미지도 잔잔하지만 영화의 느낌은 강렬하다.


스토리를 보면, 

주인공 존 메이는 고독사한 사람의 추도문을 작성하고 장례를 지내고 장례식에 참석할 가까운 이를 찾는 일을 하는 공무원이다.

상관의 입장에서는 굳이 화장하고 끝내면 될 일에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는 무능한 공무원이다. 

결국 무능한 것으로 여겨져 해고된다.

해고된 존 메이는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가 왜 그리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주인공이 행복해지려는 순간 쓸쓸한 죽음을 맞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이 관객에게 부담을 주니 좋은 점수를 받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사실 이 영화는 따분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사는 공무원 존 메이의 고독한 삶에 대한 이야기로 보인다.

그가 고독사한 사람의 장례식을 위해 그토록 애쓴 까닭은 자신의 고독한 미래, 고독사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비록 고독한 삶을 살다 고독한 죽음을 맞더라도 누군가 자신의 장례식에 와주었으면 하는...

아니, 지금 현재 고독을 벗어나고 싶은 그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고독사한 빌리 스톡의 딸과 새로운 인연이 맺어질려는 즈음 그의 무표정한 얼굴이 웃음으로 빛나는 장면을 보면 그렇다.


잔인하게도 그에게는 함께 하는 행복이 허락되지 않는다.

행복이 시작되려는 순간, 그는 죽음을 맞는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쓸쓸한 묘지 주변에 고독사한 사람의 영혼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묘지주변을 가득채우는 것으로 위로를 건넨다. 이 영혼들은 바로 존 메이가 정성껏 장례를 준비해 준 바로 그 사람들의 영혼이다.


살아서는 이루지 못한 함께 함을 죽어서 그나마 이루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관객은 그런 결론을 원치 않는 듯하다.


내가 보기에 비현실적인 마지막 장면이야말로 현실의 비극성을 극대화하는 것만 같다.

사는 내내 고독했던 사람 존 메이, 죽어서가 아니면 삶에서는 고독을 벗어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사람.


영혼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 영화는 지독히 비극적인 고독을 그린 영화일 뿐이다.

존 메이의 상관이 말했듯이, 장례식이란 산 자를 위한 것인데, 아무도 원치 않는 장례를 위해 애쓰는 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냥 고독한 존 메이 자신의 무언의 외침이 아니었을까?  

나를 고독에서 꺼내줘~,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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