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하다가 인도교를 지날 때면 멀리 수리산을 바라보곤 한다.
예전에 아파트 대단지가 없을 때는 수리산을 온전히 즐기곤 했었지만 지금은 아파트 벽이 벌어진 틈 사이로 수리산 조각을 보는 것에 만족한다.
날에 따라 수리산을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다. 조금만 보이기도 한다.
선명하게도 보이고 흐릿하게도 보이고. 어떤 날은 아주 가까이 다가온 듯이 분명하게도 보인다.
수리산 위의 하늘색도 시간따라 날마다 차이가 난다. 파란색일 때도 있고 회색일 때도 있고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를 때도 있다.
하천주변의 풍경도 매번 다르다. 벚꽃이 흐드러져 분홍빛이 눈부실 때도 있고 꽃이 다 지고 녹색이 생생할 때도 있다.
흙바닥이 많이 드러나 보일 때도 있고 흙바닥이 풀도 가득찰 때도 있다.
하천물 높이도 다르다. 하천물이 그득해서 돌이 거의 잠길 때도 있고 돌이 완전히 드러날 때도 있다.
하천가 정비공사를 한참 할 때는 공사차량도 보이고, 흙더미도 보인다.
하천가 산책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도 다르고 그 수도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걸을 때도 있고 단 한 명의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울 때도 있고 무거울 때도 있다.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을 보면 비오는 날이구나 짐작이 된다.
하천물이 투명해서 바닥이 보일 때도 있고 진흙탕물일 때도 있다.
시간에 따라 느껴지는 빛의 변화. 그 변화가 신기하다.
6월에 드러오니 녹색이 더 짚어졌다.
길도 하천도 좀더 좁아진 느낌이다.
기온의 변화에 따라서 산책가는 시간도 달라졌다.
초봄에는 한낮과 초저녁에 산책을 하다가 요즘에는 이른 새벽이나 아침나절에 산책을 다닌다.
비슷한 장소에서 같은 방향으로 사진을 찍어보면 그 미세한 변화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잘 보인다.
어쨌거나 아파트 벽이 가린 수리산, 정말 아쉽다.
풍광을 가리는 대형 고층아파트 단지는 그 비용을 시에 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른 시민들이 즐길 풍경을 빼앗은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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