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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비둘기들

사노라면

by 산삐아노 2020. 5. 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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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과도한 사랑이 해가 될 때가 있다. 




어제 친구가 내게 자신은 '확찐자'라고 했다. 처음에 '확진자'라는 소리로 알아듣고 무슨 소린가? 했었다. 

'확진자' 아닌 '확찐자'라는 거다. 

'확찐자'는 '확-살이 찐자'라는 뜻이라고.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잘 나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아 집에서 마구 먹어서 다들 살이 확 찌고 있는 중이다 보니, 이런 재미난 신조어도 생겨나고 있나 보다. 


그런데 산책을 하다가 잠시 쉬었다 가는 벤치가 있는 곳에 '확찐자' 비둘기라고 부르고 싶은 비둘기들이 엄청 많다.  

동네 곳곳에 비둘기가 많지만 이곳 비둘기는 유달리 살이 쪘다. 

사람들이 먹을 것을 너무 주기 때문이다. 

비둘기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쓰여져 있지만 소용 없다. 

먹이를 주면 반응하는 비둘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왜 살찐 비둘기에게 계속 먹이를 줄까?


벤치에 앉아서 비둘기를 살펴보곤 한다. 

비둘기의 움직임도 오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도 깃털을 다듬고 먹이를 찾고 먹이 주는 사람들을 따르고...


이 뚱뚱한 비둘기는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는 바닥을 계속 쪼아대고 있다. 

사람들이 앉아 있는 벤치 주위를 오가면서 혹시나 사람들이 먹이를 던져주었을까, 이렇게 풀밭도 아니고 보도블록 바닥을 쪼며 헛수고를 한다. 

새들은 다들 눈이 나쁜가 보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먹이를 찾아서 바닥을 쪼아대는 살찐 비둘기...

어떤 사람들은 이런 비둘기가 애처로와 다시 먹이를 줄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에는 깃털이 듬성듬성한 비둘기를 보았다. 

꼴이 너무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병든 비둘기였다. 좋지 않은 먹이를 먹고 병이 든 것이 아닐까 추측해보았다.


비둘기들이 병들 수 있으니 사람이 먹는 과자와 같은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하지만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은 그만두지 않는다. 

과잉사랑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외로워서 비둘기와 교감하려고 하는 걸까?새들은 먹이를 주지 않으면 다가오지 않으니까. 


비둘기를 과도하게 아끼느라 먹이는 주는 사람이라면 비둘기를 살리기 위한 행동이 결국 비둘기를 죽이는 것임을,

외로워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살기 위해 비둘기를 죽이는 것임을 알지 못하나 보다.


비둘기를 사랑하건 자신을 사랑하건 비둘기가 과도하게 살이 찔 정도로 먹이를 주는 행동은 죽이는 행동임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유해조류로 분류된 비둘기도 사실 알고 보면 사랑스러운 새다. 

풀밭에서 건강한 식사를 하는 비둘기를 보면 비둘기가 얼마나 멋진 새인지 알 수 있다.  


위 영상 속 비둘기는 뚱뚱한데 발까지 다쳐서 애처롭다. 한 발로 서 있기에 몸이 뚱뚱해서 힘들겠지. 

지금쯤 발이 나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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