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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 놉스], 남장여인의 외로운 인생

볼영화는많다/성적 다양성

by 산삐아노 2019. 9. 2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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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보았던 [앨버트 놉스(2011)]를 다시 볼 기회가 생겼다. 

세월이 너무 흘러서인지 자세한 스토리가 생각나질 않았다. 

 

다만, 뛰어난 배우인 글렌 클로즈가 남장여인 앨버트 역할을 했고, 그녀의 연기가 대단했다는 것만 생각났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아일랜드의 칙칙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진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기품있어 보인다.

알고 보니 원작이 있는 영화였다. 

아일랜드 작가 조지 무어의 단편소설을 각색해서 만들었다.​

​장소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모리슨 호텔. 

앨버트는 이 호텔의 웨이터로 일한다. 

​모리슨 호텔에 페인트칠을 하러 온 허버트 페이지씨. 또 다른 남장여인.

허버트를 만나고 앨버트는 결혼해서 사는 꿈을 꾸게 된다.  

​평범한 여성과 결혼해서 사는 꿈을 꾸는 앨버트. 

앨버트는 단순한 남장여인, 즉 트라베스티는 아니다. 그렇다면, FtoM트랜스젠더인가?

반면, 카트린이란 여성과 부부처럼 살아가는 허버트는 레즈비언으로 보인다.

시대적 한계로 인해 남장을 하고 남자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현대에 태어났더라면 굳이 남장을 하지 않고 동성애자로서 여성과 행복한 삶을 꾸려나갔을 것 같다. 

​​하지만 앨버트는 트라베스티도, 트랜스젠더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생아로 태어나 수녀원에서 지내다가 자신을 거둔 양어머니가 14살에 죽게 되자 수녀원에서 나와서 살 방법이 없던 앨버트는 남장을 하고 웨이터 일을 시작한다. 

당시 부모도 없는 어린 여성이 돈을 벌어 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남장을 시작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는 성인 여성도 남편 없이는 벌어 먹기가 힘든 시절이니 계속해서 남장을 하고호텔 종업원으로 중년이 되도록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앨버트가 헬렌과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허버트의 권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앨버트는 헬렌과 결혼해서 카트린과 행복하게 사는 허버트처럼 행복한 삶을 꿈꾸었다. 

하지만 헬렌은 조를 사랑한다. 

​전염병이 돌면서 허버트는 카트린을 잃는다. 

허버트를 찾아간 앨버트는 카트린 대신 자신과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자신이 카트린처럼 가게를 꾸리겠다면서. 

​결국 앨버트는 고독한 삶을 청산하고 싶어서 결혼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사생아로 태어나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가정에 대한 욕망, 따뜻한 관계에 대한 욕망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파트너는 꼭 헬렌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허버트라도 관계 없었다. 

누구라도 자신과 함께 살아주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앨버트가 함께 살자는 제안을 했을 때, 

허버트는 자신은 카트린을 사랑해서 함께 산 것이라며 단순한 동거가 아님을 밝힌다. 

그리고 앨버트에게 다른 사람이 되려 하지 말고 자기모습 그대로 살라며 충고한다. 

결국 헬렌은 임신하고 조로부터 차이고 조는 미국으로 혼자 가버리고, 

헬렌과 조 사이의 싸움을 말리려다 조에게 밀린 앨버트는 벽에 부딪쳐 뇌진탕으로 사망한다. 

그는 누군가 함께 살고 싶었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외로운 죽음을 맞는다. 


버림받은 헬렌은  아이를 낳고 무보수로 호텔에 빌붙어 살지만 언제 아이를 빼앗길지 언제 내쫓길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살아간다.

호텔에 페인트칠을 하러 온 허버트는 헬렌의 처지를 동정한다. 


아마 헬렌과 아이는 허버트가 구해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마지막 장면. 


앨버트가 죽어 마루 밑에 숨겨둔 돈이 모두 호텔 여주인 차지가 되었고 여주인은 그 돈으로 호텔을 새로 페인트칠해서 단장하려고 하는데...

이제 앨버트의 돈은 허버트에게 넘어갈 것이며 헬렌과 아이가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것 같다. 


앨버트 놉스의 인생은 시대를 잘못 만난 여인이 어쩔 수 없이 남장하고 살 수밖에 없었던 삶으로 참으로 비극적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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