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 영화는 그 스타일이 분명하다.
분명한 만큼 따분할 정도로 자기스타일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의 영화가 반복적으로 양산해내는 정체불명의 여성들은 참으로 거슬리지만,
그럼에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는 까닭은 그가 만드는 유머, 블랙 유머.
우리 일상 속의 공허한 말들의 잔치를 그대로 보여주는 그 만의 유머 때문이다.
이번에 <자유의 언덕>을 인터넷에서 봤다.
이 영화를 보면서도 어김 없이 그 만의 유머를 찾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한국인이 외국인을 만날 때 사용하는 상투적인 영어.
정말 많이 웃었다.
이 영화 속의 여성들도 다른 영화 속의 여성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는
정체 불명의 그림자 같은 여자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지겨울 정도로 닮은 여자들이 등장했다.
이제는 홍상수 영화의 여자들은 그냥 유령처럼 생각하면서 무시하게 된다.
나만의 홍상수 영화 감상법을 갇게 된 셈.
우리 선희에서도 '선희'는
홍상수 영화에 나오는 다른 여자들과 다르지 않다.
찌질한 남자들과 그 남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 선희는
남자들이 그리고 생각하는 여자일 뿐.
정체도 모호하고 사실적이지도 않는 판타지 같은 여자가 나온다.
유령이나 그림자같은 존재.
아마도 홍상수 감독이 생각하는 여자의 모습인가 보다.
이 영화에서도 한국인이 말하는 스타일의 어색한 영어회화와
찌질한 남자들, 그리고 정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여자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그리고 한 영화 속에서 유사한 대사가 반복적으로 변주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나온다고 해서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었지만,
홍상수 영화에서 이자벨 위페르 조차 홍상수 스타일의 영화에서는 그 연기력이 특별히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제법 여러 편의 그의 영화를 보았지만
<생활의 발견> 이상인 영화는 없는 듯.
우리의 일상대화의 공허감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
그 어떤 코메디보다 웃기고 흥미로왔던 작품.
일상대화의 공허함은 그의 영화 속에서 빠짐없이 등장한다.
그의 영화가 매력이 있다면 바로 이점.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주목하게 된 것도 바로 <생활의 발견>을 보고나서 였다.
<생활의 발견>이 너무 재밌어서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도 보았는데,
완전 실망.
그래서 한동안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지 않다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하하하>를 보게 되었고,
이후 그의 영화는 더는 영화관에 가서 보지 않는다.
인터넷 등을 통해서 기회가 닿으면 볼 뿐이다.
그의 영화를 그나마 인터넷으로라도 보는 까닭도
그 어떤 감독의 영화 속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상적 대화의 공허함이 주는 코미디가 여전히 흥미롭기 때문이다.
아무튼 홍상수 감독 영화, 많이도 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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