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머나먼 기억 속으로 이끌고 가는 것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산책을 하다가 어떤 학교 담벼락을 따라 걷는데,
호박과 옥수수가 눈에 띤다.
이 호박과 옥수수가 먼 기억을 끄집어 올렸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는 중간에 산꼭대기로 이사를 했다.
교정이 채 가꾸어지지 않아 흙바닥만 덩그러니 있는 곳에 교사만 지어져서 참으로 볼품 없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 시절 친구들과 학교에 정원이 조성되지 않는 그곳에 야채밭을 가꾸었다.
처음에는 고구마를 심었지만,
친구들이 가져온 여러 야채모종들이 늘어나서 급기야 깻잎, 고추, 파, 옥수수 등
지금은 모두 기억할 수도 없는 다양한 야채들로 가득찬 야채밭이 만들어졌다.
한 친구가 가져온 옥수수 모종을 심으면서 난 커다란 옥수수가 열리길 꿈꾸었다.
하지만 꿈만 꾸었을 뿐 커다란 옥수수가 영글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우리 야채밭의 옥수수는 다 자라고 나서도 우리 손가락 크기밖에 되지 않았다.
다들 실망했지만, 그래도 우리만의 야채밭에서 자란 야채들을 거두면서 나름 기쁨을 느꼈던 것 같다.
학교 담벼락에서 만난 호박과 옥수수가 나를 그 시절로 데려다 주었다.
참 행복했던 기억이다.
도시 한복판에서 그런 멋진 중학교시절 추억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내가 운이 좋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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