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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쥐를 소각해야 했던 기억

사노라면

by 산삐아노 2014. 8. 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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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책의 어떤 구절이 먼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 소설 '소각로'를 읽다가 문득 고등학교 시절 소각로에 얽힌 기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2학년때였던 것 같은데... 3학년때였을까?

우리 반은 학교의 뒷편 하수구 청소를 담당했었다.

더러운 하수구를 청소하는 일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별 수 없었다.

 

하수구 청소가 고역이었던 까닭은 하수구에 빠져 죽은 쥐들을 제거해야 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건넨 음식물들을 선생님들이 교무실에 방치한 때문인지

학교 곳곳에 쥐가 들끓었다.

학교 뒤가 바로 산이라서 쥐가 많다는 이야기도 있기 했었다.

 

아무튼 학교측에서는 쥐를 소탕하기 위해 급기야 쥐약을 놓았고

쥐약을 먹은 쥐들이 물이 있는 하수구로 뛰어들어 그곳에서 죽어갔던 것이다.

 

더러운 물에 빠져 죽은 쥐들은 퉁퉁 부풀어 있어 보기에도 역겹고 끔찍했다. 

나는 죽은 사람을 포함해서 죽은 동물, 즉 사체에 대한 혐오감이 커서 죽은 쥐가 구역질날 정도로 싫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죽은 쥐를 처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할 수없이 내가 자청하고 나섰다.

쥐들을 쓰레받기로 건져서 소각장에 내다버리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하수구에서 소각장까지 거리는 제법 됐다.

쓰레받기에 죽은 쥐를 올려놓은 채 천천히 걸어서 소각장에 던져 넣기까지 그 시간이 얼마나 길었던지!

가는 동안 허리멍텅한 쥐의 눈을 피하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던 것 같다.

 

소각장에 쥐를 던져넣고 나면 그제서야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듯 후련했었다.

한동안 그 일은 계속되었다.

 

요즘 고등학생들도 학교 하수구를 청소하는지 갑자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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