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례 감독, 요즘 뭐 하시나?
작년 영화 <제보자>는 정말 재미나게 보았다.
황우석의 실화를 기초로 해서 만든 이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가 컸었다.
감독의 부담이 컸다고 하는데, 잘 만들었다.
박해일의 연기력이 돋보인 영화이기도 했다.
사실 임순례 감독의 영화에 반한 것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때문이었다.
임순례감독이 각본까지 썼다고 하는데...
벌써 15년 전 영화라니...
박원상, 황정민, 오광록 같은 대단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때만 해도 이들도 젊었다.
어린 시절의 꿈, 그리고 흘러간 세월, 찌들어버린 인생, 다시 찾는 꿈을 다룬 영화,
멋진 영화였다.
그리고 본 영화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여자 핸드볼 선수의 실화를 담은 영화.
문소리가 열연했던 영화.
역시나 감동적이었다.
관객에게 감동을 안겨줄 줄 아는 감독.
그래서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날아라 펭귄>,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을 보러 극장에 달려갔다.
임순례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함께 한 영화들이다.
<날아라 펭귄>은 옴니버스 영화인데, 나름 블랙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기러기 아빠, 학원에 시달리는 아이, 흡연하는 여성, 채식하는 사람, 자기 삶을 찾고 싶은 여자 등
이 시대의 사람 사는 이야기다.
채식인을 다루었다는 것이 흥미로왔지만, 그런데 생각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제목이 주는 흥미만큼이나 기대가 컸었는데,
완전 실망.
감독이 갑자기 도닦는 이야기라도 하고 싶었던 건지...
솔직히 실망했다.
그래서 <남쪽으로 튀어>가 나왔을 때, 난 극장에 가질 않았다.
<남쪽으로 튀어>라는 일본소설을 생각한다면,
한 번 극장을 찾을 법도 했는데, 그 만큼 임순례감독의 앞 작품들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탓이다.
난 이 영화는 인터넷으로 보았다.
평균적 삶과 다른 삶을 사는 가족들을 한 번 그려보고 싶었나 보다.
영화가 끝으로 갈수록 황당해서 아마도 관객들이 아주 높은 점수를 주지 못했나 보다.
이야기가 그야말로 현실 그자체를 그린 것이 아니었던 만큼,
결말도 비현실적으로 끝이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재미없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임순례 감독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그려나가는 데 관심이 많나 보다 .
그녀의 코미디는 그다지 덜 재밌지만 그녀가 만드는 감동은 충분히 와닿는다.
<제보자>가 나왔을 때 나는 다시 그녀의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황우석 이야기를 어떻게 그녀 스타일로 만들어냈을지 정말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부심했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무튼 잘 만들었다.
지금은 어떤 영화를 구상하고 만들고 있을지 궁금하다.
임순례 감독의 모든 작품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녀의 작품이 궁금한 것 보면
그래도 그녀의 영화를 좋아하긴 하나 보다.
우리나라에서 드문 여성 영화감독이라는 점도 그녀에 대한 기대를 더 크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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