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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감정 복수심과 복수의 행동 사이의 간격에 대한 생각

사노라면

by 산삐아노 2014. 8. 1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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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복수해주고 싶다는 강렬한 감정이 터져나올 때가 있다.

 

얼마전 50대 중국여성의 복수이야기를 기사에서 본 적이 있다.

수십년전에 있었던 일을 가슴에 품고 있다가 결국 청부폭행을 해서 갚아줬다는 사연이다.

그런데 그녀가 품은 복수심은 정황을 살펴보건대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다.

본인 명의로 되어 있지 않은 통장의 돈을 은행직원이 본인이 아닌 사람에게 내어줄 수는 없는 것이니까.

그것은 전부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남편 이름으로 된 통장에 자신의 돈을 저축하고 이혼 후 그 통장의 돈을 찾으려다 실패하니 앙심을 품고

그때 돈을 내어주지 않은 은행직원에게 수십년이 지나 복수한 것이다.

복수당한 은행직원은 또 얼마나 억울하겠나?

이 직원이 자신에게 복수한 여성에게 또 복수를 해야 할까?

 

영화 <신의 한수(2014)>도 복수를 내용으로 한다. 

서로 상대를 속이고 벌인 내기도박에서 형이 지고 죽임을 당하자

동생이 감옥에서 복수의 칼날을 갈고는 관련된 사람을 모두 죽여없앤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 역시도 50대 중국여성의 복수만큼이나 어처구니 없는 스토리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가족이나 친구등이 나쁜 짓을 하다가 당해도

그 나쁜 짓에 대해서는 잔혹한 살인이라는 극한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복수를 하는 것이 옳은 듯 이야기는 펼쳐진다.

 

영화를 보다보면 복수심에 불타는 동생의 살인행각에 대해 동조하면서

그가 복수를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감정이입하게 된다.

영화는 관객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동생의 성공적인 복수를 밀어주고 그 복수를 통해 팔자를 고칠 수 있을 정도의 부를 안겨준다.

그리고 복수를 돕거나 복수의 칼을 함께 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포상을 준다.

우리의 복수심을 잘 만족시켜주는 내용이다.

 

이런 식의 복수 시나리오가 비단 <신의 한수>의 것은 아니다.

무수한 액션, 범죄 영화가 복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만이 아니라 무협지와 같은 소설도 복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버지나 스승, 가족, 가문의 복수를 위해 복수의 칼날을 갈고 단련해서 결국 복수에 성공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귀영화도 누린다  

 

왜 이토록 우리 문화 속에는 복수 이야기가 넘쳐나는 걸까?

우선 우리의 기본적인 정서 속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은 원초적 복수심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할 때 내게 부당하게 군 상대에게 그만큼 갚아줘야 한다는 마음이 생긴다.

 

또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것이 부당한 상황인데 복수심은 평사시에 흔히 튀어나올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힘의 관계에 눌려서, 또는 복수할 방법을 구하지 못해서 복수를 포기하기도 한다.

게다가 정신수양을 하고 차원 높은 정신세계를 갈구하는 사람은 복수를 접는다. 오히려 그 상대를 용서하기까지 하는 놀라운 태도를 보인다. 

인간의 정신문화가 고급화될수록 원초적 감정에 입각한 복수는 억제되고 복수 대신 용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종교심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용서의 경지까지 나아가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굳이 고급정신문화를 거론하지 않더라고 복수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우리의 판단력과 행동의 불완전함에서 그 이유를 찾는 것이 복수를 접어야 하는 좀더 쉬운 이유로 생각된다.

 

위에서 거론했던 두 가지 이야기를 생각해 보더라도

복수심이 올바른 추론관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근거박약의 비합리적인 판단과 감정 과잉, 내편에 대한 맹목적 사랑과 충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기분 나빠져서 복수심이 분출될 때, 기분 나쁨, 복수의 감정까지 부인할 필요는 없지만,

그 감정에서 실제 복수라는 행동으로 나아갈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냉철하게 생각해 볼 대목이다.  

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고 불완전한 인간인지를 자각하고 있다면.

 

실제 사회구조로부터 비롯된 권력관계가 발생시키는 어떤 개인의 희생도 사적 복수라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없겠지만,

사적관계 속에서 유발되는 복수심은 거의 대부분 상호작용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봐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복수심으로 자신을 불살라 태워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명철한 정신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리라.

개인적으로 복수심을 경계하려 애쓴다.

 

영화나 소설이란 것은 다 인간사의 반영이겠지만

또 복수 이야기가 복수심을 발산하는 대리적 매개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복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언제나 보고 나면 뒤가 찝찝하다.   

 

솔직히 복수 이야기는 그만 듣고 그만 보고 싶다.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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