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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런던 [야성이 부르는 소리] 가혹한 자연 속에서의 생존과 죽음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20. 8. 1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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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의 미국작가 잭 런던(1876-1916)의 소설집 [야성이 부르는 소리(궁리, 2009)]에는 [야성이 부르는 소리] 이외에 [불을 피우기 위하여] [북쪽 땅의 오디세이아]가 함께 실려 있다. 19세기 말의 알래스카라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생소한 이야기들이라 장마비가 끝나고 32도가 넘는 무더위가 다시 찾아온 여름날 오후에 읽기 좋은 소설같다. 무더위 속에서 극한의 추위에 대해 상상해보는 것도 더위를 견디는 한 방법 아닐까.

뿐만 아니라 대단한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도 무더위를 잊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잭 런던의 [야성이 부르는 소리]는 무더위 퇴치에 적당한 책인 것 같다. 

극한의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무언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것이 금이건 여자건 약속이건 최고의 서열이건 그 무엇이건 간에 그것을 위해 분투하다가 살아남거나 죽는 사람, 동물 이야기는 처절하다. 

 

[야성이 부르는 소리]는 반려동물로 살아가던 세인트버나드종과 세퍼드의 혼혈인 개 '벅'이 남쪽의 안락한 환경에서 일순간 북쪽의 노동현장으로 옮겨져 자연, 인간에 적응해나가면서 살아남아  알래스카 늑대들의 우두머리가 되기까지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불을 피우기 위하여]는 무더위에도 소름이 돋게 만드는 공포스러운 이야기다. 냉혹한 자연의 이치를 무시하고 덤빈 어리석은 인간의 죽음을 다룬다. 냉혹한 자연의 이치를 무시하고 덤빈 어리석은 인간들의 죽음은 [야성이 부르는 소리]에도 나온다.

[북쪽 땅의 오디세이아]는 개몰이꾼이자 광부인 두 백인의 이야기 속에 백인과의 혼혈인 인디언 추장이 백인에게 납치된 자신의 약혼녀를 찾아 다니는 이야기가 끼어있다. 액자소설. 금광을 향한 욕망, 돈벌이를 위한 바다표범의 대량학살, 인디언의 세계를 뒤틀어놓은 백인들, 가혹한 알래스카의 추위, 자연에 맞서면 거칠고 끈질기게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인간들, 이 모든 소재는 낯선 만큼 흥미롭다. 

 

자연은 인간에게 자비로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냉혹하고 잔인한 존재이기도 하다. 분명 자연은 단순히 미화될 수 없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문명을 만들어 온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저자는 알래스카라는 공간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면서도 살아남으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수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자연을 존중하는 겸허한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진다. 이 메시지는 인간 문명이 자연을 제어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오만으로 자연 앞에 겸손하지 않을 때 필연적으로 맞게 되는 죽음의 재앙을 경고한다고 보여진다. 

 

 

가장 인상적인 구절.

"목숨처럼 끈질기고, 지칠 줄 모르고, 집요한 야생의 인내가 있다. 거미는 거미줄 속에, 뱀은 몸을 똘똘 감은 채, 표범은 매복을 한 채 몇 시간이고 움직이지 않고 버티게 하는 인내. 이 인내는 특히 살아 있는 먹이를 사냥하는 생물에게서 발휘된다."('야성이 부르는 소리' 중에서)

 

사족> 내가 잭 런던의 책을 알게 된 동기는 16주 동안 알래스카에서 생활하다 죽은 청년 크리스 맥캔들리스 덕분이다. 이 청년은 존 크라카우어가 [야생 속으로]란 제목으로 출간한 책 속에서 만났다. 크리스 맥캔들리스는 소로우와 존 무어의 영향을 받고 잭 런던의 책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 번도 읽어 보지 못한 잭 런던의 책을 읽어보기로 했는데, [야성이 부르는 소리]는 충분히 흥미로왔고 잭 런던의 책을 좀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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