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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여자를 좋아해] 유머와 진지함이 함께 하는, MtF 트랜스 젠더에 관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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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삐아노 2023. 3. 1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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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영화 포스터(네이버 영화에서 다운로드)

이광재 감독의 2010년도 작품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는 MtF트랜스젠더, 즉 트랜스 우먼의 이야기를 유머가 있지만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은 여자라고 여기는 지현이  아직 여자로 살 결심을 굳히지 못했던 의과대학시절 지현을 좋아했던 보영과 술에 취해 성관계를 가진다. 그때 보영은 임신을 했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지현은 더는 남자로서 살지 않기로 하고 자신의 진정한 삶을 찾아 나선다. 사진작가 되고자 한 지현은 의과대학을 그만두고 미국 유학길에 오르고 보영은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며 의사생활을 한다. 그로부터 9년이 흐르고 보영은 자신을 대학시절부터 좋아하던 선배와 결혼한다.

보영의 아이 유빈이 자신의 친 아빠를 만나고 싶어하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보영은 봉사활동을 떠나고 보영의 남편은 일본에 학술행사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일주일간 홀로 지내야 하는 유빈을 영어캠프에 보낸다. 유빈은 이 기회를 이용해서 친 아빠를 만나기로 하는데, 친 아빠인 소현은 여성으로 살면서 사진작가활동을 하고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분장사 준서와 썸을 타고 있다. 유빈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아빠로 분장해 유빈과 시간을 보내게 된다. 

진지한 이야기를 유머로 풀어내는 영화가 좋다. 트랜스젠더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주제다. 예전보다는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이  적대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성소수자인 트랜스젠더의 삶이 녹록치는 않다. 얼마전 성기수술을 하지 않은 MtF트랜스젠더를 법적으로 여성으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기사로 접했을 때 우리 사회도 트랜스젠더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성장했구나 싶었다. 사실상 성기가 유지하고 유지하지 않고는 트랜스젠더 자신이 선택해야 할 문제일 뿐 법적으로 여성이냐 아니냐의 재단의 기준이 되서는 안 된다. 젠더와 관련한 성정체화의 주체는 바로 각 개인이기 때문이다. 남성성기가 있는 여성이 불쾌하고 혐오스럽다는 다른 사람들의 판단이 법적인 여성에 대한 기준이 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판사가 이야기하듯 그 성기를 공공연하게 세상 사람 앞에 드러내고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성 성기 유지에 있어 가장 불편한 사람은 자신을 여성으로 여기는 트랜스젠더 자신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성기절제술에 따르는 건강상의 위험과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수술을 결정하고 시행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수술비가 엄청난 것에 놀랐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이상 수술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가난한 트랜스젠더는 수술을 받지도 못하고 법적으로 여성으로 인정도 못받으니 얼마나 현실이 고통스러울까. 뿐만 아니라 여성성기로 바꾸는 수술로 인해 건강상 치명적인 부작용을 안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부작용을 감당해라고 세상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건강상의 부작용이 생겼을 때 세상 사람들이 책임져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결정하고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정신이 발전하고 문화가 다양화할수록 사회와 세상의 잣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신체적 유전자 상으로 생물학적 남성이라고 하더라도 심리적으로 여성일 수 있다는 생각이 수용될 수 있는 사회는 훨씬 유연하다.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문화적 존재이기도 하고 그 둘은 서로 칼로 무 자르듯 구분가능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야만의 상태로 머무르지 않는 한 젠더의 문제는 훨씬 복잡하다고 봐야 한다.

오늘날 남성과 여성의 젠더 이분화에 대한 의문도 진지하게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양성을 모두 가진 XXY에 대한 부정에 기반한 사회가 과연 건강할까? 존재하는 것을 무화시키는 태도로 일관해온 세상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그리고 젠더리스로 자신을 정체화한 사람들도 존재한다. 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다수자의 횡포다. 의식적으로 발전한 사회, 건전한 사회에 대한 잣대는 소수자에 대한 인식과 인정의 정도에 따라 평가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트랜스젠더에 대한 시각은 후진적이다.  트랜스젠더는 소수이지만 엄연히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의 인권이 유린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대중들의 인식고양을 위해서라도 이런 식의 영화는 필요해보인다. 

트랜스젠더이지만 연인에게 있는 그대로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고, 자신의 아들에게는 고모나 이모가 아니라 아빠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지현의 마음이 자연스러운 세상은 언제 올까? 지현의 아들이 힘들지 않게 생물학적 아빠가 여성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은 아직 요원한 것 같다. 사실을 아는 순간 분명 그 아이는 상처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그 아이를 둘러싼 사람들과 세상의 탓이다. 영화는 지현이 연인으로부터 진정으로 이해받는 것으로 나름 해피엔딩을 맞고 있지만 앞으로 전개될 지현과 아들의 이야기는 무척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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