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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온 듯 다녀가시오!'

사노라면

by 산삐아노 2014. 8. 1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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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우리는 자신이 스쳐 지나간 곳에 무수한 흔적을 남기게 된다.

 

 

 

근처에 볼 일이 있어 우연히 들른 화장실에서 '아니온 듯 다녀가세요'라는 글귀가 쓰인 안내문을 발견했다.

아니온 듯 다녀가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가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기듯 쓰레기를 던지고 갔으면,

이런 안내문이 붙었을까?

 

사실 이런 안내문은 산을 오를 때도 필요할 것 같다.

사람들은 머물렀던 여기저기에 쓰레기를 남기고 떠난다.

"아니온 듯 다녀가시오!" 외치고 싶다.

 

쓰레기만 남기고 가는 것은 아니다.

무수한 낙서들도 남기고 간다.

공중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다 보면 어처구니 없는 낙서가 넘친다.

 

화장실에만 낙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낙서는 곳곳에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그 성에 갔을 때였다.

거대한 술통이 전시된 그곳 천정에 한글 낙서가 보였다.

도저히 술이 닿지도 않는 그 높은 곳에 어떻게 낙서를 했을까? 수수께끼...

나는 한동안 그 낙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곳만은 아니었다.

유럽을 다니는 동안 곳곳에서 난 한글 낙서와 맞닥뜨려야 했다.

 

왜 다들 자신이 다녀간 것을 낙서를 해서라도 알려야 했을까?

"아니온 듯 다녀가시오!" 외치고 싶었다.

 

그것이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건 말건

내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무얼까?

 

사실 쓰레기와 낙서 정도라면 그리 큰 해악도 아닐 지 모른다.

이 세상에는 그 이상의 흔적을 남기고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무수한 사람들에게, 광대한 자연에게

커다란 상처로 흔적을 남기는 사람들 앞에서 쓰레기와 낙서 정도의 흔적은 무색하다.

 

될수록이면 이 세상을 아니온 듯 다녀가고 싶다.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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