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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산책(2012.10.20 Rennes, France)

나들이예찬/나라밖나들이

by 산삐아노 2015. 10. 2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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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 후 사진첩을 뒤적이면서

1년 전, 2년 전, 아니 더 이전의 같은 날에

무얼 했는지 살펴보면 즐겁다.

 

정확히 2년 전 오늘, 난

우산을 받쳐들고 비 속에서 산책을 했었다.

 

 

 

잠시 비가 멈춘 틈을 타서 새들이 날고 있다.

하지만 벤치는 텅 비어 있다.

 

 

10월의 잔디가 너무나 푸르다.

사람이라곤 구경하기 어렵다.

 

 

길이 질퍽질퍽...

 

 

길에 아무렇게나 자리잡은 커다란 돌들.

켈트역사가 흐르는 동네에서는 이런 돌들만 봐도 선돌 조각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월 말이면 켈트인들의 달력에서는 어둠의 계절로 달려가는 빛의 계절의 막바지다.

 

 

호수도 흐린 하늘빛을 받아 푸르스름 희뿌연한 색깔이다.

 

 

여름에는 북적대던 호숫가 모래에는 아무도 없다.

가끔 새를 만날 뿐.

 

 

지나가는 자가용 불빛만 봐도 반갑다.

 

 

마을로 통하는 길을 걸으면 농장에서 일하는 농부를 볼 수는 있다.

 

 

평소라면 개를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들 한 둘은 만날 수 있는데,

비가 오면 사람 구경하기 힘든 산책길.

너무 사람이 없으니까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비오는 날은 덜 위험한 것 같다.

나쁜 사람들도 비오는 날은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흐린 날이 혼자 걷기 더 나쁜 듯.

 

사진을 보다 보니, 2년 전 같은 날의 산책의 기억이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그냥 머릿속 기억에만 의존했다면, 이토록 생생하게 기억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좋다.

 

그 날로부터 2년이 흐른 오늘,

바깥은 미세먼지로 뿌옇고,

난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했다 블로깅을 했다 뉴스를 보았다 하고 있다.

그리고 잠시 추억에도 젖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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