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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시아마 감독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18세기 두 여인의 사랑

볼영화는많다/감독

by 산삐아노 2021. 12. 1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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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도입부 장면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였다. 

해안가의 문을 닮은 바위가 나오는 풍경을 보는 순간, Bretagne구나, 싶었다. 

수 년 전 바로 이 해안을 방문하기 위해  Quiberon에 갔지만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결국 이 해안에 가지 못했던 기억이 났다.

아마도 그래서 더 이 장면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에 빠져 있는 요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은 높은 평가를 받은 영화인 만큼 꼭 보고 싶었다. 

그런데 영화 제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원래 제목을 살펴보니까 'Le portrait de la jeune fille en feu'다.  만약 'en feu'가 처녀를 수식한다면 문학적인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열에 들뜬, 열정에 사로잡힌' 처녀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처녀는 주인공 엘로이즈일테고, '열정에 사로잡힌 처녀의 초상화'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제목이 소재를 차용한 것으로 보면, 'en feu'가 초상화를 수식하는 것으로 이해해서 '불타는 처녀의 초상화', 즉 처녀의 초상화가 불에 탄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을 듯. 영화를 보면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리는 마리안느가 엘로이즈의 미완성된 초상화를 불을 붙여 태우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을 소재로 한 제목일 것도 같다. 

브르타뉴의 해안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무척 큰 영화다. 

게다가 밤에 여성들이 어울려 아카펠라로 부르는 노래는 정말 매혹적이다. 듣고 있으면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영화는 열흘이 좀 더 되는 시간 동안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리러 온 화가 마리안느와 결혼할 남자에게 보낼 초상화의 모델인 엘로이즈 사이의 요동치는 감정의 흐름을 담았다. 엘로이즈 역에는 아델 에넬이, 마리안느 역에는 노에미 메를랑이 연기를 했다. 

아델 에넬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앞선 영화 [워터 릴리스(2007)]에도 나온다. 

마리안느를 연기한 노에미 메를랑의 외모가 개성 있고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여성감독으로서 여성들의 욕망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것으로 탁월해보인다. 

이번 영화에서는 과거, 18세기 여성들, 역사 속에서 지워진 여성 화가, 결혼을 앞둔 채 여성과 사랑하게 된 여성를 묘사한다. 

그리고 원치 않는 임신을 한 하녀가 낙태를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 장면들도 흥미롭다. 

아마도 18세기 프랑스 여성들은 영화 속의 마리안느, 엘로이즈, 소피처럼 그랬을 것 같다. 

 

참으로 아름다운 영화다.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과 겨뤘던 영화라고 하는데, 충분히 그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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