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부지영 감독 [카트], 한국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로 산다는 것

볼영화는많다/감독

by 산삐아노 2014. 11. 23. 21:17

본문

 


카트 (2014)

Cart 
8.9
감독
부지영
출연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디오, 황정민
정보
드라마 | 한국 | 104 분 | 2014-11-13

 

<카트>는 개인적으로 정말 기다리고 기다려온 영화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삶을 닮는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내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동네 영화관에서 <카트>는 끼워넣기 식의 영화인지

하루에도 관람객이 거의 드문 시각에만 1회 또는 2회 정도 상영할 뿐이었다.

 

할 수 없이 난 평소에도 일어나지 않는 이른 새벽에 벌떡 일어나서

<카트>를 보러가야 했다.

조조 7시 35분.

 

예상 했던 대로 극장 안의 관객도 얼마 없었다.

이 땅의 비정규직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도 이 영화 보는 사람이 적을까 싶었다.

 

내게 영화의 소재 말고도 이 영화가 관심을 끈 까닭은 

영화에 출연하는 김강우나 천우희가 펼칠 연기도 궁금했다.

 

하지만 감독은 낯설었다. 부지영.

이 감독의 영화를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에 대해 찾아보았다.

 

71년생. 아주 젊지도 않은 나이, 40대 중반.

40대 중반에 처음 만든 영화인가? 궁금했다.

 

그녀의 영화인생은 97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짧지도 않은 영화인생을 살아와서 놀랐다. 

또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었다.

한국 영화 아카데미 출신.

그 사이 단편 영화 연출, 다큐영화 연출, 스크립터, 편집, 각본 등 영화판에서 다양한 영화경험을 쌓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성이 영화판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들어온 터라

그녀는 아마도 꿋꿋이 남성들의 거친 영화판에서 잡초처럼 버텨내지 않았을까?

 

알고 보니, 단편영화제에서 상도 받았다고 한다.

내가 보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만든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2008)>는

관객들에게 무척 높은 평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카트>로 상업영화판에 쉽지 않은 또 한 차례의 도전.

 

영화는 전체적으로 무난해 보인다. 

시사적인 소재를 지루하지 않게 잘 소화내서 만들었다.

적어도 이른 아침 잠이 부족한 데도 영화관에서 졸지 않고 흥미롭게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아침에 보기에는 무거운 이야기이지만,

비정규직이 넘치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영화를 보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보기 좋은 시간대에 배치되지 못한 것은 너무 아쉽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에 대해서도 여성감독의 섬세함이 돋보였다는 평을 읽을 수 있었다.

<카트> 역시 여성감독이라서 여성으로 공감하면서 여성의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부지영 감독이 만들어낼 영화가 정말 기대된다.

 

기회가 된다면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도 보고 싶다.

 

인색한 영화시장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으라고, 기운내라고 

부지영 감독에게 격려를 보내고 싶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