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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영혼 통행증] 미시마야 변조괴담7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22. 5. 2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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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영혼 통행증]의 겉표지의 일부

미시마야 변조괴담 7번째 책인 [영혼통행증]에는 세 편의 괴담이 담겨 있다.
'화염 큰북', '한결 같은 마음', '영혼 통행증'.
첫 번째 이야기인 '화염큰북'은 마을의 안전을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희생하는 기괴하면서도 슬픈 이야기다. 이야기를 읽고 나서 한동안 슬픔이 남았다.
이야기의 소재는 산불, 온천, 희생이다.
이야기꾼인 무사는 산불을 막아주는 큰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큰북의 효험을 위해서 어떤 희생이 치러지는지를 들려준다.
오보라케 연못의 '터주'라는 존재가 참으로 기이하다.
괴담의 청자는 오치카를 이어 괴담 청취자가 된 미시마야의 둘째 아들 도미지로다.
괴담을 듣는 흑백의 방에는 꽃장식, 다과, 차가 곁들어지는데, 이번에는 시기가 음력 6월이라 자귀나무 꽃으로 장식했고
다과는 네리키리(고운 팥소에 참마, 찹쌀 미숫가루 등을 넣어 반죽한 소를 속에 넣고 여러가지 모양으로 만든 생과자), 차는 보리차를 내었다. 팥소에 참마, 미숫가루를 넣어 반죽한 소라니, 정말 그 맛이 궁금한 과자다. 먹고 싶다.
그리고 자귀나무꽃은 향기 때문에 나도 무척 좋아하는 꽃인데, 해질 녁에 꽃을 피운다고 설명하고 있어 고개를 갸우뚱. 해가 있을 때도 자귀나무 꽃은 피어 있는데... 나의 관찰이 부족한 것일까? 올여름에는 자귀나무 꽃을 좀더 세밀하게 관찰해봐야겠다.

두 번째 이야기인 '한결같은 마음' 은 힘든 한 평생을 산 한 여자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다.
도미지로가 좋아하는, 노점의 경단을 파는 10대 소녀 오미요가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 어머니의 인생을 흑백의 방에 와서 풀어놓았다.
어머니 오나쓰는 고아로 태어나 양녀가 되었다가 양녀에서 파해져서 일꾼이 되고 요리집 접대하녀가 되었다가 접대부가 되었다.
병든 남자를 남편으로 맞고 그 남편을 끝까지 돌보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아야 했고,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도 알 수 없는 네 아이를 얻어 그 아이들을 키우느라 인생을 바쳤다.
'한결 같은 마음'은 바로 오나쓰의 마음으로 남편 이사지의 아들이 아니어서 모두 얼굴이 달랐음에도 이사지를 꼭 닮은 세 아들로 보이게 한 마음이다.
몸을 팔아서 남편을 봉양해야 했던 오나쓰의 슬픈 현실을 덮고 꿈꾸게 한 마음.
이 이야기도 슬픈 이야기지만 오나쓰의 네 아이는 반듯하게 잘 자랐다는 점에서 해피엔딩이라고 해야 하나?
이번 이야기가 나눠진 흑백의 방에는 접시꽃이 장식되었다. '접시꽃'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꽃이다. 여름날을 환하게 밝혀주는 꽃송이가 큰 꽃. 이야기 속 접시꽃은 연한 붉은 색과 연보라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연보라색 접시꽃을 본 적은 없던 것 같다.
그리고 다과는 미시마야에서 준비하지 않고 오미요가 가져온 노점의 경단, 차는 엽차.
엽차는 잎차니까, 녹차가 아닐까? 추측해보았다.

세 번째 이야기인 '영혼 통행증'은 이번 책에서 가장 상상력이 넘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 세상에 가지 못하고 현세에 남은 혼이 모이는 곳인 영혼마을 천령, 현세에 남은 혼령, 대화를 통해 망혼의 기억을 되찾아주는 '혼지기', 혼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 주는 '뱃사람', 그 뱃사람이 가지고 있는 영혼 통행증.
저 세상으로 떠나지 않고 남은 혼을 미혼, 애혼, 노혼, 원혼이라고 구별해 부르는 대목도 재미있다.
현세에 대한 미련 때문에 저 세상에 가길 망설이는 '미혼',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이 슬퍼 저 세상으로 떠나지 못하는 애혼, 화가 나 있는 '노혼', 원한을 품고 죽은 '원혼'.
저자의 혼령에 대한 상상력이 흥미롭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도미지로에 앞서 괴담 청자의 역할을 한 오치카의 임신소식과 관련된다.
오랜만에 오치카 소식이 나오니까 반갑다.
이야기꾼은 고희의 노인. 이 노인이 15세 우란분 즈음 경험한 신기한 일을 들려준다.
우란분은 음력 7월 보름으로 조상의 명복을 비는 날인데, 이날 저 세상에서 혼령이 돌아온다고 믿는다.
이 이야기꾼은 특이하게 유카타와 가쿠오비를 준비해와서 청자인 도미지로에게 갈아입고 이야기를 들어주길 부탁한다.
이번에는 흑백의 방 장식은 기린초, 그리고 이야기꾼에게 수박과 보리차를 내놓았다.

노트>
"덤불이나 풀 속 어디에 어떤 재난의 뱀이 숨어 있다가 갑자기 물어 뜽을지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길의 무서운 점이다."

이번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듣는 시점이 모두 7,8월 한여름을 배경으로 한다.
그래서 초여름에 접어드는 요즘,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 크다. 한여름에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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