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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삼가 이와같이 아뢰옵니다] 미시마야 변조괴담8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23. 12. 1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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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변조괴담 시리즈 8권, [삼가 이와같이 아뢰옵니다]에도 지난 권과 마찬가지로 3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작가가 나이가 들면서 글쓰는 역량이 더 늘어서인지 한 편의 이야기가 길어지는 듯하다.

이번 책에서도 작가는 변함없는 필력을 보여준다. 

 

괴담을 듣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미시마야의 들어주는 사람이 오치카에서 도미지로로 바뀌었는데, 이번 권에서 오치카가 출산을 앞두고 있어 나쁜 일이 꼬이지 않도록 잠시 괴담듣기를 중단하는 것으로 나온다. 다음 권에서도 도미지로가 계속해서 괴담청취자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청취자가 또 바뀌는 것일까? 

아무튼 이야기 속 인물들이 살아서 변화해가는 것이 마치 우리 곁의 진짜 사람들 모습처럼 생생하기만 하다. 

주사위와 등에, 질냄시각시, 삼가 이와같이 아뢰옵니다, 세 편의 이야기는 각각 신의 세계인 이세계, 물의 수호신, 좀비 전염병을 다룬다. 

개인적으로는 확 꽂히는 이야기는 없었다. 

1징 [주사위와 등에]를 살펴보면, 질투심이 인간을 괴물 등에로 바꿔버린다. 99마리의 등에에게 피를 빨려 저주의 대가를 지불하고 자신이 100번째 등에가 된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나쁜 감정을 가진 사람은 짐승과 같은 괴물로 바뀐다는 생각은 상상의 담론에 흔히 등장한다. 또 신들이 모여 노름을 한다는 대목은 코믹한 측면이 엿보였다. 누나를 위해 희생하는 동생의 우애도 중요한 소재다. 

"모치타로 씨의 이야기는 사람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이야기였어요. 뿐만 아니라 사람은 신마저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지요. 사람의 목숨은 소중한데 생물로 저는 왜 이리 횡포하고 오만할까요."

그런 사람의 목숨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그 횡포와 오만에 한계를 두기 위해서다. 

"그게 신들이 정하신 일이라고 생각혀려니, 글쎄요, 사람과 신은 어느 쪽이 먼저고 어느 쪽이 나중일까요. 너무 어려워서 저는 모르겠어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신이 계씨는 것일까, 신이 계시기 때문에 사람이 있는 걸까.

2장 [질냄시각시]를 살펴보면, 신과 사람에 빠진 인간 이야기가 나온다. 신도 질투심이 있는 존재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서 사랑을 받게 되니 그 남자를 죽음으로 데리고 간다. 여기서는 신이 잠시 질냄비에 머물러 사랑하는 사람 근처에 있는 상상이 등장한다. 작가의 이런 상상력은 독특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지난 번 이야기꾼인 모치타로의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그것도 사람과 토지신의 유대에 관한 이야기였다. 모든 땅에서 모든 사람들이 무언가의 형태로 신의 가호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 신을 모시고 우러르기 위해 독자적인 방식이나 규칙을 정하고 있다.

3장 [삼가 이와같이 아뢰옵니다]를 살펴보면, 이 이야기는 좀비를 소재로 다룬다. 알 수 없는 어떤 지하세계의 존재에게 물리면 물린 사람이 곧장 움직이는 시체처럼 변하고 다른 사람을 물어 그 사람도 자신처럼 만드는다. 전염된다는 측면에서 전염병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좀비가 등장하는 세계는 현재 세계와는 다른 세계인데, 그 세상의 좀비가 현세계에 나타나고 현세계의 사람들이 다른 세계의 사람들 몇몇을 좀비로부터 구출해낸다. 두 세계는 공간적 차이가 있는 것뿐만 아니라 시간적 차이도 있다. 평행세계는 아니고 그야말로 다른 인간 세계다. 두 세계가 잠시 이어진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현세계와 다른 세계가 이어진다는 설정 역시 상상 속에 흔하다. 작가는 다른 세계에서 현세계에 구출되어 온 사람은 현세계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이야기를 끌고 간다.

아무튼 이 좀비물은 다른 두 세계의 연결점에서 독특한 측면이 있다. 

얼마 전에 뒤늦게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았는데, 또 다른 좀비 이야기를 읽다 보니 좀비라는 상상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지도 살지도 못한 존재에 대한 상상이 사람들을 사로잡나 보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전염되어 나가는 전염병처럼 좀비가 늘어난다는 설정은 전염병에 대한 공포를 잘 담아내는 것 같다.  

작가가 미시야마 변조괴담을 99편을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총 36편을 썼으니 앞으로 한해 6편씩 쓴다면 10년은 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1960년생인 작가가 그 약속을 지키려면 70대 중반까지 이 괴담을 써야 한다. 부디 작가의 건투를 빈다. 글쓰는 작업의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게 필요하니 쉽지 않은 일로 보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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