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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의 정원] 은둔의 노년

볼영화는많다/감독

by 산삐아노 2022. 9. 2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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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의 정원] 포스터(다움영화에서 다운로드)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모리의 정원(2017)]은 기대가 컸던 영화다. 

이 감독의 영화 [남극의 쉐프]을 너무 좋아해서 여러번 보았던 터라 [모리의 정원]도 [남극의 쉐프]만큼 유머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런데 역시나 기대한 대로 [모리의 정원], 너무 웃긴다. 친구는 이 영화가 지루하고 웃기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는 이 영화가 너무 웃겼다. 

주인공은 94세 할아버지 쿠마가이 모리카츠. 이 할아버지는 30년동안 자신의 집에 틀어박혀 문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직업은 화가인데, 서예가인 것도 같다. 부인과 조카와 함께 산다. 하지만 이 집을 찾는 사람은 너무도 많다. 그림을 달라고 글씨를 써달라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 등등. 하지만 할아버지는 오직 정원에서 곤충, 식물, 돌에게 말을 걸고 관찰하면서 지낸다. 

이렇게 은둔하면서 노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나는 정원이 없어서 이 할아버지처럼 은둔하고 살기는 어렵고 반경 4킬로미터 내외의 동네를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정한다면 나름 해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노년에도 활기넘치게 사람들을 만나고 평생 해온 일에서 얻은 지식과 기술을 무료로 타인에게 나눠주면서 생활할 수도 있겠지만 이 화가 할아버지처럼 은둔한 채 지낼 수도 있으리라. 나는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좀더 쉬울 것 같다. 물론 히키코모리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고... 영화 속 할아버지도 사람을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활동 반경을 좁게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거주 공간도 좁히고 활동반경도 줄이면서 줄어드는 에너지를 집약적으로 사용하면서 죽음을 맞는 것이 현명한 노년의 선택으로 여겨진다. 

아무튼 이 할아버지가 은둔하면서 정원에서 노닥거릴 수 있는 것은 사실 부지런하게 반복적인 일상적 노동을 하는 아내와 조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존재가 없는 사람이라면 모리카츠와 같은 은둔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도우미를 쓸 경제적 여유는 있어야 한다. 분명 은둔의 노년이 쉬운 선택은 아니다. 

영화 속 아내역은 키키 기린이 맡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에서 할머니로 등장하는 키키 기린이 너무 좋았는데, 이 영화에서도 만날 수 있어 기뻤다. 아마로 이 영화는 키키 기린이 출연한 마지막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찾아보니까 [에리카 38]이 마지막 영화였다. 키키 기린은 암으로 2018년에 사망했다. 2004년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도 죽을 때까지 배우로서의 활동을 쉬지 않았다. 대단한 열정이다. 이제 키키 기린 할머니를 영화 속에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안타깝다. 

아무튼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2020)]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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