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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러], 지나친 부성애와 친구 아버지에 대한 짝사랑이라는 불편한 설정

볼영화는많다/배우

by 산삐아노 2020. 5. 2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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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웅 감독의 [레슬러(2017)]는 유해진이 주연인 영화라서 보았다. 

유해진이 연기한 귀보라는 인물은

전직 레슬링 국가대표선수였지만 현재는 아들을 위해 집안살림, 레슬링코치, 체육관 운영를 도맡아하면서

오직 아들이 레슬링으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이 꿈인 아버지다. 

귀보의 아들 성웅의 역은 김민재가, 귀보를 짝사랑하는, 아들 성웅의 친구  가영 역은 이성경이 맡았다. 

[레슬러]는 예상한 것과 달리 스포츠 영화는 아니었다. 오히려 부성애와 부자의 자기성장을 다룬 가족영화라고나 할까.

귀보의 모습은 마치 우리 주변에 흔한 어머니들 모습과 닮았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고 때로는 자식사랑이 과한 어머니. 

귀보는 일찍 아내를 잃고 나서도 재혼하지 않고 오로지 아들만을 바라보면서 홀로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다. 

[레슬러]의 중심 스토리는 오직 아들만을 위해 인생을 바쳐 자신의 꿈은 예전에 잊은 지 오래인 아버지가 다시 자신을 되찾는 이야기다. 

더불어 아버지가 원하는 아들이 되기 위해 레슬러로서 고군분투하는 아들 성웅도 자신이 정말로 레슬링을 하길 원하는지, 아니면 아버지 때문에 레슬링을 하는지, 진지한 자기질문을 던지면서 진정한 레슬러로 거듭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귀보의 집은 가영이 다섯 식구가 사는 집 아래층에 산다. 가영이네는 부모와 딸 셋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다. 

두 집은 서로 화목하게 도우면서 살아간다. 

부자인 귀보와 성웅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사건은 바로 가영의 짝사랑이다. 

성웅이 가영을 짝사랑하는데, 가영은 성웅에게 자신은 성웅의 아버지, 귀보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급기야 가영은 귀보에게 사랑고백을 하는데... 귀보는 화들짝 놀라고... 성웅은 아버지에 대한 질투심에 불타오른다. 

영화는 유해진을 주연으로 점찍어두고 만든 듯하다. 언제나 그렇듯 유해진의 연기는 믿고 볼 만하다. 

이웃집 딸, 아들의 소꿉친구이자 짝사랑 대상인 가영이 이웃집 홀아비 아저씨, 친구의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설정은 좀 억지스럽다.

하지만 가영이 귀보를 사랑한다면서 벌이는 행동은 귀여우면서도 코믹하다. 

귀보의 어머니로 나오는 나문희의 연기도 언제나 그렇듯 탁월하다.

귀보 어머니와 귀보의 관계는 귀보와 귀보의 아들과의 관계와 닮아 있다.

그래서 두 관계가 대비되어 나오는 것은 재미나다.

 

영화는 그냥 시간 때우기로 보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관객들은 냉정하다.

 

먼저 가영의 귀보에 대한 짝사랑이 불편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TV드라마에서 젊은 남자가 중년 여성을 사랑하는 것이 중년 여성 시청자의 판타지를 그린 것이라면,

젊은 여자가 중년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중년 남성 관객의 판타지를 겨냥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젊은 남자가 나이든 여자를 사랑할 수도 있고, 젋은 여자가 나이든 남자를 사랑할 수도 있다. 

영화에서 귀보랑 친한 동생으로 나오는 게이처럼 남자가 남자를 사랑할 수도 있고.

하지만 가족영화에서 소화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설정이 아닐까 싶다. 

 

또 다른 불편함은 자기 꿈을 접고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어머니를 그대로 닮은 귀보라는 인물이 부자연스럽고 비현실적이라는 데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부성애도 모성애 못지 않게 강렬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가족영화라면 자신을 희생하는 어머니가 등장하는 것이 다수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 

 

아무튼 아들을 위해 사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짝사랑하는 아들의 여자친구라는 설정 자체가 가족영화로는 불편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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